우려가 현실로....간호법, 복지위 소위 기습 통과→의료계는 총력투쟁 선포

- 국민의힘, 협의안까지 완료되지 않은 제정법안을 민주당 혼자 상정·의결하는 것은 선을 넘은 갑질
- 간호단독법 제정에 강력 반대해 온 대부분의 의료계 또한 분노 표출

의료계가 우려하던 일이 기어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측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은 그동안 간호계를 제외한 모든 의료단체가 격렬히 반대해 논란을 빚고 있던 간호법 제정안을 사실상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관행상 만장일치 처리를 원칙으로 하는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 간호법을 강행 처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불어민주당은 복지위 전체 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국회 본회의에서도 수의 우위를 바탕으로 간호법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는 즉각 간호법 폐기를 위한 총력 투쟁을 선포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총파업으로 치닫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 나오고 있다.



◆ 민주당, 간호법 기습 처리
복지위 법안1소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의를 열고 간호법을 기습 상정·의결했다. 민주당 측이 오후 2시께 법안소위 회의 개최 소식을 기습적으로 알린 탓에 국민의힘에서는 최연숙 의원만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복지위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일정 합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법안소위 회의를 열어 간호법을 통과시킨 민주당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반발했다. 간호계와 의료계가 갈등중인데다 정부 협의안까지 완료되지 않은 제정법안을 민주당 혼자 상정·의결하는 것은 선을 넘은 갑질이라는 게 국민의힘 입장이다.

특히 복지위 여야 간 협의는 물론 간호사, 의사 협의, 정부 협의 등 간호법 제정을 위한 입법 절차를 충돌없이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 와중 민주당이 돌연 협의 테이블을 박차고 나섰다는 반응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하루 전날 간호법 제정안 심사를 강행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성과를 챙기는 행위로 볼 수 밖에 없다는 비판도 하고 있다.

강기윤 의원은 "민주당이 일정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안소위를 열어 간호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통보했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사협회를 비롯해 간호조무사협회 등 직역단체 이견이 커 보건복지부가 간담회를 통해 의견차를 좁히는 상황으로 여야 합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회의 2시간 전에 일방적으로 회의 개최를 통보하는 것은 다수당의 횡포와 갑질"이라며 "지난 정호영 인사청문회때도 일방적으로 퇴장해 회의를 무산시키더니 윤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에 (간호법 제정안) 폭거를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또한 "혹시나 떠나는 문재인 정부에 성과를 얹기 위해서라면 국민 건강권보다 문 정부 성과를 더 중요시한 민주당에 국민 심판이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간호법이란?
간호법은 복지위 위원장인 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서정숙·최연숙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이다. 세부적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만 간호사의 임금과 근무 환경 등 처우 개선을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심의 테이블에 처음 오른 뒤 올해 2월, 지난달 27일에 다시 올랐지만 이해 집단 간 이견으로 법안소위 통과가 무산됐다. 가장 큰 쟁점인 업무 범위는 원안은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또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였지만 이날 통과된 안에는 ‘진료의 보조’까지만 포함되고 ‘진료에 필요한 업무’는 삭제됐다. 일부 의료계는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규정할 경우 간호사들이 사실상 의사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법안이 법안소위에서 의결되기는 했지만 향후 이해관계자 간 진통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간호협회는 초고령사회와 주기적인 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확보하려면 간호사 처우 개선 등을 위한 간호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동안 간호단독법 제정에 강력 반대해 온 대부분의 의료계 또한 간호단독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 소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분노를 표출했다.


◆ 대한의사협회, 총력 투쟁 선포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국민 건강을 위해하는 특정 직역에 대한 특혜를 천명했다”며 유감 표명과 함께 법안 폐기를 위한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의협은 “간호법안이 제정법안으로서 심도 있는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 불가결함에도 불구하고 기습적으로 의결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법안 의결은 국민과 보건의료계를 무시하는 처사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국회의 가장 큰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남용해 오히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미치는 간호법 제정을 강행했다”며 “이는 국민에게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의협은 “국회가 범보건의료계의 요구를 외면하고 국민의 건강증진과 생명보호를 위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만큼, 간호단독법 폐기를 위해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강력한 투쟁의 원인은 명백히 국회가 제공한 것인 만큼, 이후 발생하는 의료현장의 혼란이나 그에 따른 국민의 피해와 불편의 모든 책임은 국회에 있다”며 “의협은 ‘간호단독법 폐기’라는 목표를 향해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 간호조무사협회, 연대 총파업 예고
간호조무사협회도 “국회가 날치기로 졸속 처리 강행한 간호단독법 제정은 83만 간호조무사를 죽이는 법안”이라며 “간호단독법을 철회하라”고 촉구하면서 의협과의 ‘연대 총파업’ 등 결사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간무협은 “민주당은 회의 2시간 전에야 일방적으로 회의를 통보했고, 문재인 정부에 성과를 얹어주고자 강행 처리했다”며 “간호단독법은 우리 사회 의료법 근간을 뒤흔들며 보건의료 현장을 붕괴시키는 악법일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증진과 생명보호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사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간호사 직종의 이익만 앞세운 간호단독법은 발의부터 지금까지 보건의료계의 갈등을 조장하고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간호조무사의 기본권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지위를 지금보다 더 악화시키고, 일자리를 위협하는 악법”이라고 꼬집었다.


◆ 전의총, 의협에 결사 투쟁 주문

전국의사총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의협 집행부는 간호단독법에 타협하면 안 된다. 결사의 자세로 맞서서 막아내라"고 주문했다.

전의총은 "최근 의협이 '만일 통과가 된다면'이라는 이상한 가정을 하면서 여러 조건을 붙이고 있다"면서 "조건부 통과라면 그것도 괜찮다는 뜻이냐, 독소조항이 없는 법안이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냐. 오로지 간호사법 하나 막겠다고 1인시위나 하면서 다른 법 다 통과시켜주더니 이제 와서 간호법마저 통과시키는데 협조하고 싶으냐"고 반문했다.

또한 "의협이 대정부 투쟁에 돌입하면 전의총도 이를 지지하고 앞장서서 싸울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에 굴복하고 힘없이 끌려다닌다면 의협 집행부에 대항해 총력을 다해 싸워서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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