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수가도 모자라 의료비를 더 낮추려고 국가에서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하는 행위를 의료인의 양심상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 의해 의료행위가 부적절하게 시행됐을 때 환자가 되돌릴 수 없는 큰 위해를 입을 수 있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노인요양시설 내 건강관리 및 의료·간호 서비스 강화를 위해 진행 중인 '노인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을 연장해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번 결정이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은 요양시설 내에서 간호 서비스가 필요한 장기요양 1∼4등급 입소자에게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병동 단위로 전문적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9년 요양시설 20개소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시범사업 참여 요양시설 입소자 중 영양관리, 욕창관리 등 전문적 간호처치가 필요한 어르신은 차별화된 건강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어르신의 심신기능 상태에 따라 동일 시설 내에서도 일반실과 전문요양실을 이동하며 건강관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건보공단은 현재 제도 모형을 개발 중으로 올해 시범사업 대상을 25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운영 결과 입소자와 가족의 간호 서비스 만족도 87.4%, 보호자의 이용추천 의사 87.0% 등 평가가 긍정적이었고 비용적으로도 효과가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올해는 25개소 요양시설이 대상으로 운영되며, 간호 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직무교육.표준화된 교육과정 개발 및 입소자 의료기관 전원 기준 마련 등 지속적인 모형 보완·개선을 통해 전국 확대 및 제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은 "차별화된 장기요양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의 본사업 도입을 추진하고, 이외에도 치매전담형 요양시설을 확충하는 등 노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의료계 반대의 이유는?
하지만 의료계는 노인요양시설 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 연장·확대가 결정되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시설에 상근하는 의사 없이 단독 간호가 이뤄진다면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할 가능성 등 의료법 위반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은 불법 의료행위로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며 시범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보건복지부에 사업 폐기를 요구했다.
대개협은 "시범사업 내용에 따르면 의사가 없어도 중심정맥영양, 비위관, 위장루 경관영양, 도뇨관, 방광루, 인공항문·인공방광 관리, 산소 투여와 인공호흡기, 흡인, 외과적 드레싱 등 침습적 의료행위를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단독으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만에 하나라도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 의해) 의료행위가 부적절하게 시행됐을 때 환자가 되돌릴 수 없는 큰 위해를 입을 수 있다"며 "매우 위험천만한 상황에 입소자를 몰아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계약 의사가 발급한 간호지시서에 따라 의료행위가 이뤄진다는 공단 측 설명도 "국민을 기만하는 발언"이라고 했다.
대개협은 "기껏 주 1회 방문하는 계약 의사가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의 의료행위를 상시적으로 지도·감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환자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며 "의학적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입소자의 안전과 건강은 물론 생명에 거대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이번 시범사업 결정에 깊은 분노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대개협은 "이번 시범사업에서 간호서비스를 받는 입소자는 중증환자다.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작다고 해도 이들의 건강과 생명은 의심의 여지 없이 소중하다"며 “저수가도 모자라 의료비를 더 낮추려고 국가에서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하는 행위를 의료인의 양심상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해당 시범사업으로 요양시설에서 불법 의료행위가 계속되면,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는 중증 환자가 속출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며 시범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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