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공지, ‘처방전, 명세서 더 이상 특정 코드기입X’.
- 전산인력 부족한 병원의 경우 전문업체에 최소 일주일 전에 의뢰해야 처리가능
- 지침 공지 이후 병원은 혼돈…환자들 진료비 내지 않는 상황도 발생
코로나19 감염병확산이 다시 우려되고 있는 현시점에 의료계는 정부의 뒤늦은 전산 변경 지침 공지로 의료 일선에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부터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진료비 지원을 중단하고 환자가 이를 부담하도록 했다.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코로나19 진료비를 개인에게 청구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바꿨다. 하지만 정작 변경된 처방전과 명세서 작성 지침을 뒤늦게 공지하면서 일선 병원에서는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우왕좌왕하다 방역 시스템 개편을 늑장 공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번 변경지침은 그동안 정부가 진료비를 부담할 때 일선 병원은 처방전과 명세서를 작성하는 시스템에 특정 코드를 입력하고 처리하던 절차를 변경해 더 이상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지를 금요일이던 지난 8일 오후 6시에서야 공지한 것이다. 당장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일선 병원들은 말 그대로 혼란에 빠졌다. 자체 전산 인력을 보유한 대형 병원은 진료비 시스템을 바꿀 수 있지만 규모가 영세한 1차 병원은 전자 시스템을 바꾸려면 전문업체에 최소 일주일 전에 의뢰해 처리해야 한다.
사실상 1차 병원은 진료비 산정을 전산으로 하지 말라는 얘기와 다름없어서 지난 11일부터 환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다. 서울 강북의 한 정형외과 원장인 김모원장은 “코로나19 창궐이후 보건당국으로부터 수많은 지침의 변경과 복잡한 절차로 이해하기 어려운 공문을 반복적으로 너무 많이 보내와서 공문을 읽고 숙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자주 반복되어 왔으며 지침이나 변경 공문도 해당일에 공지하여 환자를 접하는 일선의 의료기관에 수많은 민원과 불편을 주었다.”며 행정의 원활치 못함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11일이후 내원한 환자들에 대한 진료비 명세서 작성에 절차가 혼란스러워 지자 환자가 진료비를 내지 않는 사례도 등장했으며, 심지어 확진자에 발급하는 처방전 항목을 수기로 기재하는 일도 벌어졌다. 의료단체 관계자는 "의사들에게서 처방전·명세서 작성 방법 문의가 이어져서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라며 "복지부의 안내 문서도 의료진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게 작성해놨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바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의료 차트 전산업체들은 최소 일주일은 걸리는 작업을 이틀 만에 끝내다 보니 최소한의 점검 없이 바로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게다가 진료비를 여전히 지원하는 11일 이전 확진자를 대상으로도 별도 시스템을 갖춰야 해 서비스 개편은 더욱 지체될 전망이다. 의료차트 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정책이 급변한 것은 이해하지만 이번 제도 개편은 이미 지난 6월 24일에 공지된 사안"이라며 "지난주 금요일에야 지침을 알려주는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성토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확산 추세의 변동성이 심해 명확한 지침을 마련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고 항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용과 관련된 지침이기 때문에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더욱 신중하게 결정했다"며 "현장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우리는 최대한 빨리 안내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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