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후 오랜 기간에 걸쳐 피곤함이 느껴지는 사람은 간 손상 여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의료진이 백신 접종과 간 질환에 관한 실마리를 풀어냈다.

성필수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이순규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백신을 접종한 50대 여성 환자의 간 조직을 검사한 걸과, 자가면역간질환을 일으키는 T세포(면역세포)가 발현된 것을 증명해냈다고 1일 발표했다.

자가면역간질환은 면역 체계의 이상으로 몸에서 자신의 간세포까지 유해하다고 판단해 스스로 염증을 만드는 질환이다. 발병 초기 피로감과 구토, 식욕 부진이 나타나며 황달이 발생하기도 한다. 다만 일부 환자에겐 증상이 초기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아 합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해당 환자는 기저질환이 없고 술과 간질환 약을 먹은 이력이 없는 57세 여성으로 화이자 백신 1차를 접종했다. 접종 후 2주간 피곤함과 함께 기력이 없어 병원을 찾았지만 병원에서 실시한 검진의 결과 정상이었다.

다만 이번에 병원을 찾아 혈액검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간 질환과 연관된 수치들이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러스성 간염 검사와 초음파 검사에서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자가항체 검사에서 자가면역간질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진은 검사 소견을 종합해 자가면역간잘환의 세부 질환으로 알려진 자가면역성 간염과 원발성담즙성 담관염이 동시에 발생하는 ‘간 중복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환자는 2주간 고용량 약물치료를 받아 간 수치를 정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었다.

연구팀은 백신을 접종한 뒤 간 중복증후군의 발현을 세계 최초로 보고해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4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대학 연구팀이 간장학 분야 학술지인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 최신 호에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은 후 생성되는 T세포에 의해 간 손상이 유발되고 이로 인해 자가면역간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준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백신을 접종한 후 면역반응에 의한 간 손상, 간 기능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기전에 실마리를 제공해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