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낮췄는데 “갱신권도 쓸게요”... 눈물 흘리며 계약하는 집주인

- 강남권 감액 갱신 계약에도 10곳 중 7곳은 ‘갱신권 사용'
- 중도퇴거 불확실성에도 세입자 구하기 어려워 계약 체결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폭락하면서 전세 갱신 시 주인이 재계약하는 세입자에게 일부 보증금을 돌려주는, 즉 기존의 보증금보다 더 싼 가격에 전세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기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 출처 : 한국경제

4일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 1주일동안 강남 3구에서 체결된 전세 갱신 계약을 살펴보면 총 145건 중 22건이 전세보증금을 기존보다 낮춰 계약을 연장했다. 강남구에서 42건 중 6건, 송파구에서 62건 중 9건, 서초구에서 37건 중 4건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전세 보증금을 낮춰 계약한 22건 중 16건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계약기간을 최대 4년까지로 늘리고, 이 과정에서 보증금을 일정 비율 이상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 임차인이 행사하는 권리이다. 즉, 전세값이 떨어지고 있을 때보단 오히려 급등하고 있을 때 활용도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주택 전월세 신고건수(4만 5,079건) 가운데 기존 계약 갱신은 27.7%에 불과했으며 이중 갱신권을 활용한 임차인은 41.4%로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전셋값 하락으로 인해 임대차 시장에서 갱신권 사용이 줄어들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갱신권을 사용해 감액된 보증금으로 연장계약을 하는 상황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합의만 한다면 보증금을 감액하는 경우에도 갱신권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 연장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다는 점이 ’감액 갱신계약‘을 체결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특히 강남의 경우 올 초부터 향후 1~2년간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대거 예고되어 있는 실정이다. 전세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강남 임대인들은 어떻게 해서든 현 세입자를 묶어두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에 이사의지가 높지 않은 세입자들이 전세값 감액과 갱신권 행사를 조건으로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임대인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낮추고 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계약을 해주지 않으면 집을 옮긴다고 해 갱신권을 쓴 계약을 했다”면서 “실거주를 들어갈 여건이 안되는 상황인데 새로 세입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7,000만 원을 낮춰 해당 계약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갱신권 사용한 세입자들은 언제든 계약의 중도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할 수 있다. 2020년 개정된 임대차 보호법에 따르면 갱신권을 사용할 경우, 세입자는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이사 등의 이유로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감액에 갱신권 행사까지 수용하는 집주인들은 언제 세입자가 나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감내하면서 연장 계약을 하는 셈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강남권 위주로 전세 물량이 급격히 늘어나 당장의 세입자가 소중한 상황”이라며 “최대한 세입자의 요구를 맞춰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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