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부터 묻지마 범죄 연구한 일본, 이들의 가장 큰 범행 동기는?

- 日 무차별 살상사건, 경찰 인지 사건만 연 7건... 정부 차원에서 연구

최근 국내에서 무차별 살상을 노린 ‘묻지마 범죄’ 사건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보다 앞서 지난 20년간 비슷한 문제로 고민해온 일본의 사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해왔으며, 범죄의 핵심 동기로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지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왔다.


▲ 지난 2008년 아키하바라 살인사건 당시 보도화면

일본의 무차별 살상 범죄는 우리보다 앞선 시점에서 급격하게 발생했었다. 경찰이 인지한 사건만 2007년부터 2016년, 10년간 한 해 평균 7건 꼴로 발생했으며 최근까지도 비슷한 수치의 무차별 살상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이런 묻지마 범죄를 ‘길거리의 악마’라는 뜻의 ‘‘도리마(通り魔)’ 살인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지난 2008년 6월 도쿄의 번화가인 아키하바라에서 한 남성이 트럭으로 행인들을 향해 돌진한 뒤 흉기를 휘둘러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아키하바라 살인사건’이 있다.

일본 법무성은 지난 1993년부터 ‘범죄백서’를 창간하고 무차별 살상 사건과 관련한 통계도 집계해왔다. 경찰청도 ‘범죄정세’ 자료에서 무차별 살상 사건의 인지건수와 검거건수를 정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그동안 관련 분석이 없다가 지난해에 들어서 ‘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통계 수집과 분석에 나섰다.

일본의 경우 정부차원의 연구도 계속되어 왔다. 법무성은 2013년 ‘무차별 살상 사범에 관한 연구’를 통해 범인들을 인구통계학적으로 분류하고 범행 형태와 시간, 장소, 방법적 특징 등을 분석해왔다. 범행 형태를 두고는 ‘단일 살인’과 ‘대량 살인’, 동시에 여럿을 노리는 ‘스플릿 살인’과 시간차를 둔 ‘연속 살인’ 등으로 분류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처지에 대한 불만’, ‘특정인에 대한 불만’, ‘자살·사형에 대한 소망’, ‘감옥으로의 도피’, ‘살인에 대한 관심’ 등으로 세분화했다.

이를 통해 무차별 사건의 가장 큰 동기는 처지에 대한 비관이며, 사회적 고립이나 경제적 빈곤이 이를 더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립 문제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극심해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일본 정부가 처음으로 발표한 고독·고립 실태조사 결과 ‘고독함을 느낀다’가 36.4%에 달했고, ‘늘 외롭다’도 4.5%에 달했다.

이에 일본은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 한층 속도를 붙였다. 앞서 일본은 2021년 고독·고립 대책 담당 부서를 별도로 설치하고 대책을 강구해왔다. 지난해 12월 중점계획을 정리했으며, 고독 문제를 24시간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전화를 시범 운영하는 등 상담 체계 정비에 나섰다.

또한, 무차별 살상 사건이 대부분 상업지역과 학교, 대중교통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의 민방위훈련처럼 모의 대응 훈련도 주기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경찰 뿐만 아니라 시설 관계자들도 폭넓게 참여하며, 경찰 신고, 범인 제압, 행인 피난 유도, 부상자 구호와 관련해 실제 상황과 같은 대응을 한다.

무차별 살상 범죄를 실행할 때의 비용이나 노력을 증가시켜 실행 의지 자체를 꺾는 방안도 실시되고 있다. 평소 유동인구가 많으면서 차량 돌진 등에 취약한 지역에 ‘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볼라드)를 보다 꼼꼼히 설치하는 방법이나 학교처럼 보복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기관에 외부인의 실내 출입 및 통행로를 명확히 하는 등의 방안이 대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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