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회식 미리 준비하기. 올바른 숙취 해소법에 대하여

-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과음하면 만성질환 위험뿐 아니라 암 발병률이 높아져
- 숙취가 사라졌거나 아예 숙취가 없다고 해도, 간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2~3일의 시간을 두는 것이 좋을 것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단계적 일상 회복'에 연말연시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직장인들은 회식 스케줄이 쌓이고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저녁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스케줄에 맞춰 참석하다 보면 숙취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숙취는 과음을 하게 되면 예외 없이 찾아오는 현상이기 때문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금주 외에는 없다. 그렇다면 숙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 숙취는 왜 생길까?
숙취는 술 등의 알코올음료(에탄올)를 자신의 대사 능력 이상으로 섭취함으로써 발생하는 불쾌한 신체적 상태를 말한다. 에탄올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대사 되어 체내에 남아 그것이 숙취 증상을 일으킨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미주신경, 교감신경을 자극해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유발하는 발암물질이다.

급성 알코올 중독과는 달리 생활에 직접적인 위험은 아니지만 종종 구토와 두통 등의 현저한 불쾌감을 동반한다.


◆ 술 마시면 안면홍조가 생기는 이유는?
술 마신 후 안면홍조가 생기는 이유는 알데하이드탈수소효소(ALDH)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ALDH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인데, 간이나 신장에서 자연 발생하지만 그 양이 적고 사람마다 다르다. 이 ALDH가 부족하게 되면 다 분해되지 못한 혈액 속 아세트알데하이드가 혈관을 이완시켜 얼굴을 빨갛게 만들고 숙취를 유발하게 된다.

유전학적으로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여성은 남성보다 ALDH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안면홍조가 심한 사람이 자주 음주하게 되면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혈중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가 증가할수록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HDL 콜레스테롤은 일명 '좋은 콜레스테롤'로 혈관질환의 주범인 과다 콜레스테롤을 제거하는데, 부족 시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경련으로 혈관이 수축해 발생하는 '변이형 협심증' 등에 걸릴 수 있다.


숙취해소제의 주성분은 효모추출물로 간의 부담을 덜어주긴 하지만 안면 홍조의 원인인 ALDH 부족을 해소해 주진 않는다. ALDH 분비량은 후천적으로 늘릴 수 없기 때문에, 안면홍조가 심한 사람은 술을 처음부터 피하는 게 좋다.


◆ 술 마시다 다시 하얘진 얼굴, 괜찮은 상태일까?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졌다가, 계속 마시면 하얗게 돌아오는 사람이 있다. 피부에 붉은색이 없어지면 알코올이 다 해독된 것일까?

술을 마시다 1~2시간이 지나면 얼굴이 원래 색으로 돌아오며, 대부분 일부 알코올이 분해돼 체내 알코올 농도가 낮아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증상은 우리 몸이 음주 상황에 적응했다는 신호이다. 우리 몸 처음 들어온 알코올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지속적으로 들어오면 이에 적응해 덜 예민해 반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얼굴이 제 색으로 돌아왔다고 술을 계속해서 더 마시면 위험할 수 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이 충분히 과음한 상태에서 독성 물질을 계속 섭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과음하면 만성질환 위험뿐 아니라 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는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 숙취에 좋은 음식은?
- 콩나물
'해장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는 콩나물국일 것이다. 콩나물 머리에는 비타민B1이 풍부하고, 몸통에는 비타민C, 뿌리에는 아스파라긴산이 많다. 아스파라간산은 숙취의 원인이 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 숙취해소에 매우 뛰어난 성분이다.

콩나물은 칼륨이 풍부해, 지난밤 먹은 안주로 섭취한 나트륨 배출을 도와준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운동을 촉진하고 변비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 배
수분과 당분 함량이 매우 높은 과일로 피로 회복에 탁월하다. 알코올 분해로 많이 소모된 체내 수분 재충전을 도와주는데다, 소화 효소인 옥시다아제가 들어있어 소화에 도움을 준다.

또한 콩나물과 마찬가지로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함유돼 있어 숙취해소에 탁월하다. 지난 2020년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관(CSIRO)는 서양이나 동양의 다른 배보다 한국산 배가 가장 우수한 숙취 효능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토마토
동양에서 술자리 다음날 꿀물을 마신다면, 서양에서는 토마토 주스를 마실 만큼 토마토는 숙취해소제로 인기가 높다. 리코펜은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하이드 배출 효과가 있어 몸을 빠르게 가볍게 만들어준다. 또한 풍부한 비타민C는 간을 보호하고 피로감을 없애는 효과를 낸다.


- 오이
오이는 수분이 많은 채소로 수분 보충에 탁월하다. 아스코로비나제 성분이 알코올 분해를 도와 숙취를 해소한다. 또한 풍부한 칼륨은 이뇨작용을 촉진해 독소 배출을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 바나나
다음날 숙취를 느끼는 원인 중 하나는 칼륨 결핍 때문인데, 술을 많이 마시면 분해 활동에 의해 몸에서 칼륨이 다량으로 배출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술 마신 다음 날 눈 밑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다.

바나나에는 칼륨과 마그네슘이 풍부해 눈 밑이 떨리는 숙취 증상을 완화해 준다. 특히, 속이 메스껍거나 구토 증상이 심할 경우 바나나를 먹으면 속이 가라앉게 된다.

◆ 잘못된 숙취 해소법은?
-억지로 하는 구토
속을 편하게 하거나 만취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가락을 입에 넣어 일부러 토하는 경우가 있다. 음식과 함께 술을 토해내면 몸에 흡수되는 알코올 양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반복하게 되면 역류성 식도염이 생길 수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와 식도 사이의 하부식도괄약근이 열리면서 위산이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질환이다. 술을 마시면 식도가 이미 알코올과 안주로 인해 예민해져 있는데, 위산이 역류하면서 식도를 한 번 더 자극하는 셈이 된다.

-사우나로 숙취 해소
술 마신 다음 날은 사우나를 삼가야 한다. 사우나를 하면 몸속 알코올과 독소가 빠져나가 몸이 개운하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우나는 오히려 숙취를 심화시킨다.

음주 후 몸은 알코올 분해와 해독을 위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수분과 전해질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사우나까지 해 땀을 배면 수분과 전해질이 빠져나가 숙취 해소가 느려지는 것이다. 사우나보다는 가벼운 걷기 운동을 통해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는 게 도움이 된다.

- 해장술로 숙취 해소를?

해장술은 숙취 해소가 전혀 없고 오히려 간에 부담을 주는 잘못된 방법이다. 숙취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낮아지면서 시작되는데, 해장술을 먹으면 알코올 농도가 다시 높아지고, 술로 인해 신경이 잠시 마비되어 숙취가 사라진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숙취 해소에 관한 궁금증>
◆ 잦은 회식으로 손상된 간, 어떤 영양제가 좋을까?
간 손상에는 곰의 쓸개에서 추출한 UDCA(우르소데옥시콜산) 성분과 밀크시슬로 잘 알려진 실리마린 성분이 함유된 영양제가 도움이 된다.

UDCA는 간세포의 재생에 도움을 주는 역할과 담즙산의 분비를 촉진해서 간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성분이다.

밀크시슬의 핵심 성분인 실리마린은 강력한 항산화제로 체내의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성분이다.

따라서 UDCA 성분이 함유된 영양제와 실리마린 성분이 함유된 영양제를 함께 복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


◆ 소주보다 와인·막걸리 숙취가 더 심한 이유는?
'알코올 도수가 높으면 숙취가 심할 것이다'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숙취의 주범은 알코올 자체가 아니라 알코올이 생성, 분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불순물인데, 불순물은 위스키, 소주와 같은 증류주보다는 와인, 막걸리 등 발효주에 많다.

와인, 막걸리를 먹으면 숙취가 심한 이유는 제조 과정에서 나온 불순물 때문이다. 발효주는 알코올을 생성하기 위해 쌀, 과실 등을 발효시키는데 이때 여러 미생물이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이때 좋은 성분도 생성되지만, 에스테르, 퓨젠오일, 메탄올과 같은 불순물도 생긴다. 특히 메탄올은 인체 내 산화효소에 의해 포름알데하이드라는 독성 물질로 분해되는데 미주신경, 교감신경을 자극해 숙취를 발생하게 한다.

반면 위스키, 보드카, 소주 등의 술은 여과와 증류 과정을 거친다. 숙성했더라도 가열하기 때문에 불순물들이 날아가 비교적 숙취가 적다. 다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소주는 희석주로 여러 첨가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숙취가 심할 수 있다.

소주 한 병에 들어있는 알코올을 다 해독하는 데는 최소 8시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어느 정도 숙취가 사라졌거나 아예 숙취가 없다고 해도, 간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2~3일의 시간을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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