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음의 정확도에는 혀의 길이보다 혀 밑에서 혀를 잡고 있는 '설소대'의 길이에 의해 좌우
- 볼펜 물고 발음하기'는 오히려 입과 혀의 정확한 움직임을 막아 어눌한 발음을 습관화할 수 있어 주의를
발음의 핵심은 혀의 위치다. 혀가 구강 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흔히들 말할 때 'ㅅ' 발음이 샌다면 보통 혀가 짧아서라고 여긴다. 그러나 발음의 정확도에는 혀의 길이보다 혀 밑에서 혀를 잡고 있는 '설소대'의 길이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혀가 길어도 발음이 안 좋을 수 있다.
예컨대 'ㄴ'과 같은 비음을 정확하게 발음하려면 혓바닥이 입천장에 닿아야 한다. 유독 'ㅅ' 발음이 어려운 이유는 혀가 바쁘게 움직여야 해서다. 대다수 'ㅅ' 발음은 혀끝을 윗잇몸에 가까이 댄 다음 좁혀진 틈 사이로 숨을 내뱉어 마찰음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그러므로 발음을 잘하려면 혀를 입 안 곳곳으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 발음의 정확도를 좌우하는 설소대
발음이 안 좋은 이유는 혀의 길이가 짧기보다는 설소대가 짧아서다. 설소대는 구강저(입의 바닥)에서 혀를 잡고 있는 근육이다. 혀끝을 입천장에 댔을 때 보이며 얇은 막처럼 생겼다. 길이가 짧으면 그만큼 혀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므로 발음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혀가 윗입술, 윗잇몸, 입천장에 닿지 않기 어려우므로 'ㄹ, ㅅ, ㅆ, ㅈ, ㅊ' 발음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또, 구강저와 혀가 닿는 면적이 늘면서 설태가 증가해 입 냄새가 심해질 수 있다.
하관 구조 역시 발음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턱, 입, 치아 등이 돌출되면 발음이 어눌해질 수 있다. 그만큼 구강이 넓어져서 혀가 움직여야 할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 설소대 절제술로 개선 가능
설소대가 지나치게 짧으면 절제 수술로 개선 가능하다. 설소대 절제술은 비교적 어릴 때 시도하는 경우가 많지만 혀를 움직이는 데 저항감을 느끼는 성인도 받을 수 있다. 비교적 간단하고 부작용 역시 적다. 다만 성인은 그동안 발음하면서 형성해온 나름의 조음점이 있으므로 설소대를 절제한다고 바로 발음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때문에 언어 치료 등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발음도 연습할수록 좋아진다. 혀는 근육으로 이뤄져 있는데 저마다 다르게 작동한다. 크게 겉 근육은 혀를 움직이고 모양을 형성하는 데 관여하며 속 근육은 혀가 움직일 때 알맞은 모양이 되도록 변화시킨다. 발음을 개선하려면 이러한 혀의 근육들이 움직이면서 닿는 곳마다 어떤 소리가 나는지 알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발음 연습 방법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볼펜 물고 발음하기'는 오히려 입과 혀의 정확한 움직임을 막아 어눌한 발음을 습관화할 수 있다. 또 '어려운 문장 빨리 말하기' 역시 발음 좋은 사람이 혀의 근육을 풀어주는 데에는 도움 되겠지만 발음이 안 좋은 사람에겐 별 효과가 없다. 차라리 큰 목소리로 많이 말해보거나 녹음한 자신의 발음을 분석해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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