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대학 총장까지 복귀 호소 나섰지만 학생들 여전히 미등록 투쟁
의협, 제적 위기에도 공식 입장 없어…대표성 위기 자초
의료계 내부 분열로 갈등 지속…의협 "학생은 성인, 개입 어렵다" 무책임 논란
전국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의 복귀를 독려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지만, 의대생들의 미등록 투쟁은 여전히 굳건하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의 유일한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별다른 대응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어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의료계 안팎에선 전현직 교수들, 대학 총장, 의료단체 핵심 인사들이 나서 의대생들의 복귀를 적극 설득했다. 지난 25일에는 고려대 의대 전 학생 대표단이 공식 성명을 내고 "더 이상 불필요한 시선이나 압박 없이 학생들이 각자의 거취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실제 학생들의 복귀는 미미한 수준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27일 "서울대와 연세대를 제외한 전국 38개 의대는 여전히 미등록 투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대와 경북대 의대는 학생 절반 이상이 미등록 상태로 제적 위기에 놓였다.
학생들이 복귀를 거부하는 데는 의사 사회의 복잡한 구조와 내부 특성이 영향을 미친다. 학생, 전공의, 교수, 개원의 등으로 세분화돼 대표성을 갖춘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누구든 나서면 내부 비난과 공격이 뒤따른다. 최근 서울대 의대 교수 4명이 실명을 공개하고 학생들의 복귀를 호소하자 동료 교수와 후배들로부터 거센 비판과 폭언을 받은 사례도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현재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주체로 지목된 곳은 의사 14만명을 대표하는 대한의사협회다. 그러나 의협은 상황이 심각해지는데도 적극적인 움직임이나 공식 메시지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최근 열린 의협 상임이사회에서도 학생들의 복귀나 제적 문제에 대한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의협 관계자는 "의대생도 성인이며, 우리가 개입한다고 해서 말을 듣겠느냐"며 적극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책임 있는 의료계 대표 단체의 역할을 외면한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이 복귀 결정을 내릴 때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입장조차 밝히지 않는 건 사실상 의료계 대표성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다.
의협은 이미 정부의 내년도 의대 증원 계획 중단 협상에서도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올해 초 선출된 의협 회장이 협상 테이블에서 장기간 자취를 감추며 대표성에 대한 의문을 자초했다.
의대생들의 제적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는 지금, 대한의사협회가 본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의료계의 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의협은 이제라도 침묵을 깨고 책임 있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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