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구] 외과 전공의 기피 현상... 올바른 해결방안에 대하여

- 의료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로 인한 부작용이 감지
- 전공의 일을 줄이고 수련 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당한 수가 정책을 만드는데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만이 현재의 외과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

작년 12월 마감한 '2022년도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후 전국 수련병원 55곳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 지원율이 10%p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외과 전공의는 지난해 79%에서 19%p나 줄어든 60%를 기록했다. 미달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현상이지만 한 해 만에 20%에 가까운 수치가 떨어지며 '빅5병원'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수 만은 없는 문제이다. 안그래도 열악한 환경에 기피 현상이 심한 상황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 제정이라는 기름까지 부으니 외과계열 전공의 지원 기피가 더 심해진 것이다.



현 의료 현실에서 외과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과 더불어 기피 분야로 낙인찍혀 매년 전공의 지원 미달을 기록하는 현상의 원인은 다양하다. 정원에 미달한 인력 때문에 수련 중인 전문의를 녹초로 만드는 업무의 과중함,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에 대한 부담감, 의료사고를 바라보는 법원의 편향된 시각, 이에 따른 의료 분쟁으로 빚더미에 오르는 현실 등 이유를 꼽자면 열 손가락이 부족할 지경이다.

◆ 심각한 저수가 의료정책
현재 건강보험 정책을 심의, 의결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24명의 위원들이 있다. 이 중 가입자 8명, 공급자 8명, 공익대표 8명이 포함된다. 공급자 8명 중에서 의협 위원이 2명, 병협 위원이 1명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수가인상률은 매년 2~3%에 불과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전 국민은 5100만명이지만, 의사는 14만명에 불과한 현실로 인해 이런 기형적인 수가 구조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서는 쉽게 고쳐질 수 없는 문제이다.

외과의사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에서 힘든 수술에 대한 가치를 알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고 외과 기피현상을 진단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흉부외과에 대한 예우가 좋아 가장 인기 있는 과로 불리지만 우리나라에선 정반대다. 우리나라는 외과를 돈을 못 버는 애물단지로 취급한다. 암 등 큰 수술을 할 때 비용의 95% 가량을 국가가 지원하고 환자는 5%만 내면 된다. 그런데 비용의 대부분을 나라가 지원하고 미국과 똑같은 시설과 기술,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돈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건강보험료를 올리는 대신 의사들에게 저수가를 강요한다. 수술 원가에 60%밖에 안 되는 수가를 책정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 전공의 수련 3년제 및 책임지도전문의
한편 대한외과학회는 수련의 질 확보 및 외과 인력 확충을 위해 2018년 국내 최초로 책임지도전문의제도를, 2019년엔 전공의 수련 3년제를 도입했다..

수련환경평가에 책임지도전문의 항목이 있어 각 수련병원별로 명목상 책임지도전문의가 있긴 하지만 학회에서 책임지도전문의를 교육하고 수련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곳은 외과가 처음이었다.

이에 각 수련병원에 소속된 외과책임지도전문의들은 2017년 자발적으로 책임지도전문의협의회 TF를 발족하고 2020년 협의회를 공식 출범하는 등 외과 3년 수련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수련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과학회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외과 전공의 미달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봤다.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수련의 질을 높이는 등 외과 전공의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본 것이다.

하지만 외과학회 생각은 다르다. 외과 수련기간이 4년에서 3년으로 줄고 전공의법이 시행되면서 제대로 된 양질의 외과 수련이 어려워진 점이 새로운 문제점으로 다가왔다는 것이다. 물론 시대적 흐름이나 전공의 인권 등을 고려해 전공의법이 꼭 필요한 법안인 것은 맞지만 현장에선 이로 인해 또 다른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한 외과 전문의는 "예전엔 100일 당직이라는 것이 있었다. 1년차가 되면 100일 동안 병원 밖을 못나갈 정도로 업무가 많았다. 이 때문에 오히려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3년차가 되면 위암과 대장암은 기본 4년차가 되면 간 절제도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공의들의 수술기회 조차 많이 없고 3년차에도 배를 열 수 없는 전공의도 많다고 들었다. 여기에 수술실 CCTV 문제까지 겹치며 앞으로 수술 기회는 더 줄어들 것이다. 스스로가 배운 것이 부족하니 대학에서 펠로우로 남게 되고 점점 전문화된 자기파트만 맡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꾸 값싼 계약직 임상강사, 임상조교수만 늘어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잘리는 경우도 많다. 몸이 힘들어도 더 배우려고 하는 전공의들도 아예 전산 입력자체가 안 되다보니 기회조차 없는 실정이다. 외과 의사들은 하나같이 현 상황에서는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다"고 푸념했다.

◆ 수술실 CCTV 의무설치도 부담
하지만 2021년 의료계에 대형 사건이 터졌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수술실 CCTV 의무설치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CCTV는 수술실 내부에 설치해야 하며 촬영은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요청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거부할 수 없다.

정당한 사유에는 ▲수술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응급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수련 등의 목적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그밖에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 등이 포함됐다. 수술실 CCTV 설치의무와 촬영의무를 위반하는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수술실 CCTV 촬영 영상 정보를 탐지, 누출, 변조, 훼손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 촬영 영상 안전성 확보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 2년 이하 징역과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로 인한 부작용이 감지되고 있다. 의료계가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를 반대하며 우려했던 외과계 전공의 기피 현상이 이번 2022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외과 지원율은 20%p 가까이 폭락했으며, 이같은 현상은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았다. 서울 소재 대형병원인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 조차도 외과 정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야
그렇다면 외과 전공의는 왜 해가 갈수록 지원자가 줄어들까. 그 질문의 해법은 지난 11월 열린 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나왔다.

외과학회는 추계학술대회에서 ‘우리는 왜 전공의를 잃게 되는가’라는 세션을 진행했다. 왜 외과 전공의 지원율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중도 포기 전공의가 나오는지 알아보자는 취지에서다.

39개 수련병원에서 103명의 전공의가 참여한 설문조사결과 외과 전공의 중 78.6%는 수련 중 사직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원인으로 ‘업무량 과다’를 꼽은 비율이 48.5%였다. 일이 너무 많아서 그만둘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 전공의 80시간 근무제도 역설
전공의들의 일이 많은 것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이야기다. 각 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전공의들은 원래 일이 많다. 하지만 선배들이 걸었던 전공의 수련과 최근 의대를 졸업한 전공의들에게는 큰 차이가 있다. 전공의 80시간 근무제 때문이다. 전공의 80시간 근무제 도입 취지는 근로자와 학생 신분 사이에서 과도한 업무로 퇴근도 하지 못하는 전공의들의 ‘일’을 줄여주자는 것이었다.


지만 전공의 80시간이 정말 전공의들의 일만 줄이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무도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 오히려 전공의 80시간 도입이 전공의들의 수련시간을 줄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전공의 80시간 도입까지 더해진 외과수련 현장은 더 심각하다.


현 외과 전공의 수련시간에 대해 외과학회 김진 수련교육이사(고대안암병원 외과)는 ‘종합대학(university)이 2년제 전문대학(Junior College)이 된 것’이라고 평했다. 그만큼 수련시간 자체가 물리적으로 줄어들었단 뜻이다.

김 이사는 “전공의 80시간 도입 영향을 외과는 좀 더 특수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 외과에는 수술이 있다. 예전에는 낮에 수술에 들어가고 밤에 일을 했다면 지금은 (모든 일과를) 오후 5시 전에 끝내야 하니까 수술을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외과는 야간에 응급환자가 올 수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 등도 수련에 포함된다. 하지만 현재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고 없어지고 있다. 외과의사로서 꼭 배워야 하는 부분을 배우지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성근 회장은 “전공의 80시간 근무제도 전 전공의가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병원에 있었다고 하면 절반은 일을 하고 절반은 수술 등 수련을 했다고 봐야 한다”며 “전공의 80시간 도입 후 이 중 30% 정도가 없어졌다고 보고, 그 30%가 수련에서 빠져나갔다면 전공의는 수련에서 손해를 보고 일은 여전히 많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전공의 80시간 도입으로도 수련의 질을 유지하려면 수련이 아닌 일하는 시간이 30% 빠져야 한다. 그리고 그 빠진 시간은 누군가가 대신 해야 한다"며 "본사업이 결정된 입원전담전문의제도 등이 주목받는 이유”라고 했다.

◆ 수가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최근 정부의 보건의료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필수의료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지역책임병원 지정 및 공공의대 설립도 필수의료 보장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지역격차 없는 필수의료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제안들은 필수의료 전달체계 안정화에만 초점을 두고 있고, 현실적인 필수의료 인력 확보 및 공급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와 합의를 거치지 않고 있다.

필수의료는 생명과 직결된 수술 또는 진료를 포함하고 있어 불가피 의료소송에 대한 위험부담이 크고, 대부분의 의료분쟁 비용 또한 병원과 의사가 보상해야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낮은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는 해당 진료과들을 운영하고 의료 인력을 유지하는데 한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저수가 대비 높은 위험률로 인해 필수의료 뒤에는 기피라는 단어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의료 인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병원 운영의 한계로 인해 진료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의료취약지역과 같은 지역 불균형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필수의료 공급을 위해서는 전달체계의 구상과 더불어 보건의료자원의 확보와 분배에 대한 논의가 선결돼야 할 것이다.

즉, 필수의료 인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서는 의료서비스 전달에 대한 수가가산이 동반돼야 한다. 정부는 2009년에서 2010년을 기점으로 기피 진료과목의 인력수급을 개선시키고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진료과목(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에 대한 수가가산을 단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전공의 정원 자체의 감소로 인해 정책효과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어렵다고 평가되고 있다.

새로운 필수의료 인력 확충방안을 위해서는 가산율 재정비와 더불어 장기적 관점의 모니터링이 가능한 수가가산제도가 검토돼야 한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액 확대를 통해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국가책임성을 강화하고, 나아가 (가칭)공익의료기금과 같은 건강보험재정 외 별도 기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지역사회의 필수의료 강화 방안으로 민간 의료기관을 최대한 활용해 인력, 시설, 장비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이에 맞는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시·군·구 등 행정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응급환자 이송체계의 개편을 통해 필수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요구된다.


◆ 정부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때
결론적으로 안정적인 필수의료 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정부 정책의 방향은 의료자원을 단순히 수치적으로 늘리는 계획이 아닌, 필수의료 분야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고려한 의료자원의 확보와 효율적인 분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또한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필수의료 보장을 위한 의료접근성 확대와 다각적인 국가 지원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즉, 전공의 일을 줄이고 수련 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당한 수가 정책을 만드는데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만이 현재의 외과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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