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보건복지 현장 지킨 이기일 차관 퇴임… “의료개혁, 70% 완성이 출발점”

보육부터 코로나19까지… 보건의료정책 전방위 이끈 ‘통’으로 평가
“의료전달체계·의한일원화, 끝내 완성 못해 아쉬움 남아”
“복지부는 가장 바쁜 부처… 후배들,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30여 년간 다양한 핵심 보직을 거쳐 온 이기일 제1차관이 지난 6월 27일 이임식을 끝으로 공직을 떠났다.


▲ 지난 2월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2025 OECD 사회정책장관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 사진 : 보건복지부

행정고시 37회 출신으로 보육정책과장부터 보건의료정책실장,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통제관, 2차관, 1차관까지 복지부 주요 자리를 두루 거친 그는 내부에서 ‘보건의료통’으로 불려왔다.

특히 복지부 역사상 처음으로 1·2차관을 모두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는 재난 대응 최전선에서 중책을 맡았으며, 백신 접종, 생활치료센터 운영, 재택치료 도입 등 각종 방역 전략을 실무적으로 이끌었다.

이기일 차관은 전문기자협회와의 대화에서 "2년 10개월간의 코로나 대응은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며 “전 세계가 위기였던 시기, 국민들이 마스크를 벗게 된 순간이 가장 뜻깊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당시 대한민국이 백신 접종 후 낮은 치명률을 유지했던 점에 자부심을 드러내며, “국민과 의료진, 공무원 모두가 함께 만든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세 부류의 대상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거리두기와 영업 제한을 감내한 국민과 소상공인, 현장 최일선에서 중환자 치료와 선별진료에 나선 의료진, 그리고 방역 업무에 투입된 지자체 공무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오랜 공직생활 동안 끝내 완성하지 못한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이 차관은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의한일원화 추진이 좌초된 것을 언급하며 “정책은 70%만 정리돼도 시행하고, 이후 현장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나아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감기 같은 경증은 동네의원에서, 중증질환은 상급종합병원에서 맡는 구조를 정립하는 방향이었다. 대형병원은 외래를 줄이고, 의원급은 병상을 줄이는 방식이 논의됐지만, 최종 합의에는 실패했다. 그는 “병상 조정에서 이견이 생기며 결국 추진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의한일원화 역시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가 서명까지 마쳤으며, 2030년까지 통합 교육과정을 만들고 학생 배출 계획까지 마련된 상황이었다.


이 차관은 “체결 뒤 다 된 줄 알고 선술집에서 축하 파티까지 했지만, 의협 내부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며 “이게 됐더라면 지금 의대정원 조정 논의도 훨씬 수월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병상총량제 추진이 코로나19로 중단된 점도 언급했다. 2018년 법 통과 이후 시도별 병상 조정 계획까지 준비됐지만, 팬데믹 대응으로 사업이 중단됐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기일 차관은 후배 공무원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복지부는 메르스, 세월호, 코로나까지 언제나 위기 대응의 중심이었다”며 “현장 부담을 덜기 위해 익명 게시판도 만들고, 조직 확대 필요성을 줄곧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 공무원들이 국민을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건의약 단체에 대해서도 감사를 전했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려는 의료계와, 국민을 보호하려는 정부의 목적은 결국 같다”며, “코로나 시기에 하나가 되어 생명을 지킨 경험처럼 앞으로도 협력과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어떤 위기 상황이 오더라도,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지혜를 모으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남기고 조용히 공직을 내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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