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3년차..이제는 '통제 위주 방역'에서 벗어날 때

- 오미크론 우세종화로 확진자 급증..이에 방역체계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 점차 커져
- 무조건적인 거리 두기를 강행하기보다는 이제는 방역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본 서민 지원 대책에 집중해야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신규 확진자는 연일 3만명 넘게 발생하자 방역당국은 우선적으로 고위험군 확진자에게 치료를 집중하고 일반관리군 확진자에 대해선 셀프방역을 하는 방식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했다. 부족해진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의 치료체계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 방역체계를 두고 나오는 회의적인 목소리
그러나 확진자 수는 줄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다음달이면 10만명, 향후 100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서 방역체계를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방임'에 가까운 셀프방역은 무의미하다며 차라리 유럽처럼 거리두기를 철폐해야 한다고까지 주장에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이 3년차에 접어들면서 그동안의 ‘무조건적 공포’에서 벗어나서 상황을 냉정하게 복기할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코로나의 위험성은?

정부는 감염병이 처음 유행한 2020년 초에는 코로나에 감염되면 독감의 10배 치사율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어떨까. 지난해 11월 1일 이전까지 약 2년간 코로나로 사망한 국민은 2830명인데 이는 한 해 평균 1400명 정도다. 질병청은 이 가운데 지병이 없이 코로나19 자체로만 사망한 사람은 약 2년간 169명이라고 보고했는데, 이는 2018년 정부 통계 기준 연간 독감 사망자 720명의 1/4도 안되는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 통계상 코로나19의 치명률은 0.73%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홍역(1.4%)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위드 코로나’가 진행된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로 국한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76일 동안 3429명이 사망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황급히 위드 코로나를 종료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꺼지기 직전의 촛불이 마지막으로 활활 타오르는 현상에 비유한다.


◆ '위드 코로나' 정책을 펼치는 해외 주요 국가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들불처럼 번지고 있지만 많은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미국은 올해 들어 하루 100만명에 가까운 환자가 확진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와의 공존 채비에 나서고 있다. 뉴저지와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델라웨어, 오리건, 펜실베이니아 등 그동안 비교적 엄격한 방역 수칙을 시행해오던 주 정부들도 최근 잇따라 실내와 학교 마스크 의무화 해제 방침을 발표했다.

유럽 또한 마찬가지로 중증 정도와 사망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자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다. 최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다수 국가들은 코로나19 방역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영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고 입원율은 낮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달 27일부터 방역패스, 공공시설 내 마스크 착용, 재택근무 권고 등의 방역조치를 전면 해제했다. 프랑스 역시 지난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을 포함해 체육·문화시설 이용인원 제한을 해제하고 재택근무를 의무가 아닌 권고로 완화했다. 심지어 오는 16일부턴 나이트클럽 운영을 재개하고 경기장이나 영화관, 대중교통 내 취식도 가능해진다.


◆ 역행하는 우리나라의 방역
하지만 우리의 방역 상황은 유럽이나 미국과는 많이 다르다. 여전히 방역을 위해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한다. 넘쳐나는 환자를 병원이나 생활치료 센터에 모두 격리할 수 없어 재택 치료를 도입했다. 또 과거에는 부정확한 결과를 이유로 허용하지 않던 신속항원검사를 ‘개인 의원’에서도 검사할 수 있도록 뒤늦게 허용했다.


통제 중심의 방역 조치가 정당하다고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의 이야기에만 귀 기울이고, 이견을 제시하는 또 다른 전문가들의 이야기나 서민의 비명을 귀담아듣지 않은 결과는 참혹했다. 교육 불평등과 학생들의 체력 저하가 발생했고 일자리는 줄었다. 자영업자들은 줄폐업 중이다.


◆ 공포에 기반한 방역의 폐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과도한 공포의 출발을 정보의 부재와 그에 따른 제대로 된 통계나 연구 결과의 부재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부재는 필연적으로 부적절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포에 기반한 방역과 백신 접종에만 힘을 쓰면서, 서민의 생활 안정 대책 마련과 환자 치료를 위한 시설·인력·장비 투자에는 소홀했다. 그 결과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지난 11월 1일 이후부터 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코로나19 환자들의 병상 대기 시간 증가는 필연이었다. 환자들은 병실과 치료 시설 부족으로 사망한 것이다. ‘굶어 죽느니, 코로나에 걸려 죽겠다’는 자영업자들의 잇따른 시위는 덤처럼 따라왔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코로나로 인한 재난지원금으로 130조6000억원이나 사용됐지만, 정작 치료비로는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에서 8600여 억원만이 지불됐다는 점이다. 이는 재난지원금 총액 중 0.7%가 채 안 되는 돈이다. 잘못됐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정책이었음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 다양한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이제는 냉정히 돌아볼 때이다. 갑자기 등장한 바이러스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지나치게 자극 하지만 말고, 개인의 자유나 권리 등 법률적인 면은 물론이고 사회·경제·문화적인 면, 그리고 생명 윤리라는 면을 종합적으로 살피며 정책을 펼쳐 나아가야 할 시점인 것이다. 즉 무조건적인 거리 두기를 강행하기보다는 이제는 방역 정책으로 인해 피해를 본 서민 지원 대책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제 정부는 통제 중심의 방역을 강조하는 전문가들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의료인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지난 2년간의 코로나 팬데믹 경험으로 방역과 백신만으로는 전염병을 피할 수 없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이야 말로 어떤 상황에서도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며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 분야에 더욱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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