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치의 제도의 국내 도입을 위해 학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양질의 일차진료의 양성을 위해 전공의 수련 강화
- 일차의료 인프라가 보다 안정적이게 자리잡기 위해선 부분적인 수가체계 개선은 필요
의료계 내부에서 아직 의견이 분분한 사안이지만, 일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개인 전담 의사를 두는 '주치의 제도' 논의가 재차 탄력을 받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최근 대선후보들도 주치의제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면서 그 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대한가정의학회는 주치의 제도의 국내 도입을 위해 학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면서, 양질의 일차진료의 양성을 위해 전공의 수련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취임한 선우성 제16대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이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제는 주치의 제도의 실제적인 실행단계를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고 밝히며, 주치의 제도 속에서 가정의학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 주치의제도란?
주치의 제도란 국민 모두가 ‘동네 의원’ 중 한 곳을 ‘주치의’로 지정하고 평생 동안 일차 진료와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를 말한다. 주치의가 의학적 판단에 따라 필요 시 대학병원에 진료 의뢰도 할 수 있다. 현재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스페인, 이태리, 노르웨이,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 각각 형태는 다르지만 ‘주치의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대한가정의학회도 오래전부터 우리 실정에 맞는 주치의 제도 도입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주치의가 환자들에게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건강관리를 제공할 수 있어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함은 물론 이를 통해 질병 예방을 철저히 하고 과잉의료를 방지함으로써 의료비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학회는 대학병원은 대학병원대로 경증 환자 쏠림을 줄이고 본연의 역할인 중증 진료와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즉, 주치의 제도를 통해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온 우리나라의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도 자연스럽게 정비될 수 있다는 이유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활성화된 비대면 진료에 있어서도 평소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주치의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선우 이사장은 “그동안 국내외 여러 연구와 제도들을 통해 주치의 제도가 국민 건강에도 도움을 주고, 의학의 발전에도 일조하며 의료비 자체도 줄이는 양질의 의료제도임이 밝혀졌다”며 “이런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제는 실제적인 실행단계를 준비해야 할 때이며, 이에 우리 학회는 주치의를 담당할 일차 진료의를 양성하는 사명과 수련 후 교육에 좀 더 박차를 가하고,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지역 단위의 주치의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 대선 후보들도 주치의 제도에 찬성
선우 이사장이 이같은 포부를 밝힌 것은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현재 4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 정의당)이 모두 주치의 제도 도입 취지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국민들도 주치의 제도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지난 2020년 7월 17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주치의 제도 도입을 위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 10명 중 9명 꼴로 주치의 제도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우 이사장은 “최근 4당에서 주치의 제도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정부에서 장애인에 한해 주치의 제도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도 한 만큼 장기 마스터플랜을 갖고 제도 도입을 위한 시동이 곧 걸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양질의 일차진료 양성을 목표
가정의학회는 최우선 과제로 꼽은 양질의 일차진료의 양성을 위해 전공의 수련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지도전문의가 많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CTFM(Committee for Teachers of Family Medicine)을 꾸렸고, 전문의 시험에 대비한 CPX(Clinical performance exam) 형성평가를 통해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선우 이사장은 “CTFM을 창설해 지도전문의 양성방안 및 수련과 관계된 도움을 주고 진료에 자신이 없는 전공의들을 위해 CPX 형성평가를 실시해 자신이 없는 전공의들의 연습용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며 “연습 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올해를 시행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연구이사 아래 연구지원위원회를 구성해 논문작성 등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선우 이사장은 또 "논문쓰기 어려운 전공의들을 위해 연구이사 밑에 논문을 잘 쓰는 젊은 교수들이 모인 연구지원위원회를 둬서 2차 병원급에서 요청을 하면 전공의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와 자료를 갖고 어떻게 논문을 만들지 같이 논문을 써 가는 지원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 우려의 목소리는?
다만, 현재의 의료체계 하에서 주치의 제도와 관련한 여러 문제들이 산재한 것이 문제로 꼽힌다. 이미 너무 많은 전문 진료 과목이 동네의원으로 개원 한 점, 보험문제와 국민의 선택권, 의료계 내부의 합의 등 주치의 제도와 관련한 여러 문제가 얽혀있는 것이다. 특히 의료계 일각에서는 주치의 제도가 정부가 민간의료를 완전히 통제하는 ‘관치의료’의 초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
이에 선우 이사장은 "대선 이후 주치의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지만 풀어야할 보험 문제 및 국민 제도 인식 개선 등은 단기간에 모두 해결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며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다면 대선 후 제도 시행의 첫 삽은 뜨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 개원의들과의 소통 강화
마지막으로 ‘소통과 화합의 가정의학회’를 모토로 둔 만큼 개원의들과의 소통도 강화하기로 했다.
선우 이사장은 “다소 부족했던 개원가와의 소통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이사로 교수가 아닌 분들을 등용했고 가정의학과의사회와도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개원가의 이야기를 경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홈페이지 개편에 박차를 가해 ‘우리 동네 주치의 찾기’ 프로그램을 통한 국민과 동네의원을 맺어주는 작업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에 따라 국민들에게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가정의학에 대해 바른 홍보를 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을 활용해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위기의 가정의학과...극복 방안은?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최근 가정의학과를 지원하는 전공의가 크게 감소했고 일차 진료가 외면당하며 최근 몇 년 새 ‘기피과’로 전락한 가정의학과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했다.
선우 이사장은 “그렇다고 당장 전공의 지원율을 늘리기 위해 편법적인 수단을 쓰거나 쉬운 길을 택하지는 않고 가정의학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도 그동안 홀대받아 온 일차 진료 교육 프로그램이 명문화돼 앞으론 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가족주치의 가정의’의 역할과 활동이 인정받는 미래가 뚜렷하게 보여졌을 때 전공의도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 수가체계 개선은 필요
다만 일차의료 인프라가 보다 안정적이게 자리잡기 위해선 부분적인 수가체계 개선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건강검진 상담수가’가 단적인 예다. 선 이사장은 “기본 진료비 자체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가정의학 전문의 경우, 환자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상담행위에 대해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국가건강검진 자료를 바탕으로 환자의 병력을 파악하고 상담을 하는 경우, 의사는 국가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검진 자료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5~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 암 환자들의 경우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동네의원에서 검진과 관리를 받게 되는데, 암 병력을 자세히 살피는 과정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다.
선우 이사장은 “경제적인 보상이 적고, 상대적으로 불합리한 수가 체계에 노출된 현 시점의 일차진료 영역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사장 임기 내 어떤 업적을 이룩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향후 가정의학, 의료계,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밑거름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임원진들과 묵묵히 나아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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