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환자 중심의 새로운 보건의료 패러다임...핵심은 1차의료 강화

- 의학적 결정도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하는 의사결정 형태로, 질적 향상, 포괄수가 형태로의 전환돼야
- 과소‧과잉 진료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 중심 의료제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1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중심이 되는 ‘주치의제’가 바람직

지난 15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급격한 의료비 증가와 인구 고령화 등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건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 기술 중심에서 환자-가치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과 빠른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보건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보건의료가 처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토론의 장이 펼쳐졌다.



◆ 공익적 임상연구 필요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연구사업단 허대석 단장은 발제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의료는 대부분 기술 중심으로, 분절적이었고 전문화도 수직적이었으며, 의학적 결정도 가부장적 결정으로 양(의료량)을 중시하고 행위별 수가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며 “이러한 상황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의료 문제들이 발생해 가치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의료 자원을 복지영역까지 환자중심으로 융합해야 하고, 전문화도 수평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의학적 결정도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하는 의사결정 형태로, 질적 향상, 포괄수가 형태로의 전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 단장은 이러한 과정의 일환으로 “유전체정보부터 빅데이터까지 굉장히 많은 자료가 있는데, 이들을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자원을 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의료자원이 한정돼 있는데 새로운 의료기술(신약·신의료기술)을 가져오고 싶은 욕구는 항상 있다. 이 과정에서 낭비적 요인을 제거하는 원칙을 근거에 기반해 배분하기 위해 공익적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추진단 역할을 소개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개별 토론자들의 다양한 환자중심 의료 패러다임 변화 방향이 제시된 가운데서도 대부분 일차의료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 의료 취약지 인프라 개선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지역·계층간 의료 불평등을 해소해 의료 전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방법으로는 ‘국가중앙의료원’(가칭)을 통한 의료 취약지 인프라 개선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를 55개 중진료권으로 나누고 사망자가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의 격차를 나타낸 입원환자 중증도 보정 사망비를 보면 지난 2011년에는 지역 간 격차가 1.9배였다가 2015년 2.1배로 증가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취약지에 공공병원과 의료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갖춰야 한다”며 “국가중앙의료원을 설립하고 이에 의과대학과 간호대학을 신설해 공공의료 리더십을 강화하고 국가중앙의료원에서 지역병원을 지원하는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케어코디네이터 기능 고도화

일차의료기관의 모니터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서비스'에서 케어코디네이터 기능을 고도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가톨릭의대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현재 진행하는 1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에서는 의사가 환자에 대해 포괄평가 후 케어플랜을 구상하고,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 데이터를 받아 이를 평가하도록 돼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의사의 모니터링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케어코디네이터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를 고도화해 스마트케어코디네이터로 강화하고 건강관리기관 위탁 운영을 통해 더 많은 환자를 코디네이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등을 통해 환자가 본인의 건강 데이터를 확인하고 건강관리에 필요한 교육 콘텐츠 등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윤 교수는 “만성질환 관리 고도화 사업을 통해 환자의 의료데이터를 시각화한 자료를 환자가 모바일로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또한 환자에게 필요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Q&A를 진행해 환자가 본인의 질병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평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1차의료기관의 의료 자원이 확충된다면 환자가 굳이 3차의료기관에 가지 않아도 의사에게 충분한 컨설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 중심으로 의료데이터 사용성을 향상하면 병원에 오기 어려운 환자에게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주치의제 강조
토론자로 참석한 임종한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 회장(인하의대 교수)은 "현재 과소‧과잉 진료 문제를 해결하고 환자 중심 의료제도로 나아가기 위해 지역에서 1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중심이 되는 ‘주치의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국내 의료보험이 통합되고 벌써 30년이 지났는데 최근 의료인으로서 의료행위가 기술‧평가 중심에서 환자‧가치 중심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며 “향후 가치기반 의료제도 구성 방향에 따라 의료 체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환자 사망 원인으로는 의료제도와 생활습관, 환경, 생화학적 요인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임상에서 봤을 때 가장 크게 생명을 좌우하는 부분은 환자가 갖고 있는 생활습관”이라며 “이러한 생활습관을 환자 개별로 살펴보고 분석하는 것에 기초해서 향후 의료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 환자 상태에 따라 초기에 적극 개입해 중증화를 막고 환자를 가이드해 줄 수 있는 의료진이다. 여러 가지 측면을 다양하게 고려하고 적정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특정 과에 있는 전문의가 아닌 통일적인 통합적인 부분을 볼 수 있는 1차의료의사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소‧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서는 결국 주치의제가 필요한데 3차 병원은 의료기술 발전에 집중하고, 1차병의원은 통합적 접근을 통해 환자를 가이드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행위별 수가구조인 현 의료체계에서 가치중심의 주치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불제도 변화 역시 필요하다”며 고 덧붙였다.

◆ 대학병원 분원 설립의 문제점 지적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국내 보건의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의료전달체계 부재’를 꼽으며, 최근 우후죽순으로 증가하는 수도권 대학병원 분원 설립 문제를 지적했다.

우 소장은 “초고령사회를 코앞에 둔 현재 국민들이 바라는 의료 수요는 다양해지고 있는데 국내 의료제도는 전달체계가 없고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이 없는 자유방임형이라 의료필요도가 아닌 소비자가 있는 곳에 병원이 설계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최근 수도권에 대학병원 분원 증설이 늘어나고 있는데 최근 설립되거나 예정인 곳을 합하면 5000병상이 넘는다. 상급종합병원은 복지부가 지정 및 관리하기 때문에 병상수 조정이 가능한데 분원은 시도지사에게 개설권이 있기 때문에 조정이 불가능하다. 이는 결국 비용 문제와 연관돼 의료비 폭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반면 코로나19 이후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은 폐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보고되는데 이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지역 중소병원이나 의원이 사라지면 그 지역의 노인 환자들 피해가 가장 크다. 지역별로 필요한 병상수를 정하는 병상총량제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정부의 대응은?
보건당국 또한 이러한 의료계 패러다임 변화를 인식하고 대비에 힘쓰고 있다.

정부는 현재 계획하고 있는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보건의료발전계획’에 환자중심 의료체계를 위한 방안들을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날 참석한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세계 어느 나라의 제도도 공중보건위기상황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불가피한 고령화 문제와 지역간‧세대간 건강형평성 문제, 새로운 혁신 기술 접목 방향 등이 향후 보건의료 체계에서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행위가 그동안 양이나 행위수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질이나 성과중심, 그리고 포괄적인 수가 중심이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의료현장의 수용성이 필요하다”며 “1차의료의 중요성 역시 오래전부터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1차의료가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명확한 방향 제시가 어려워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지부는 이런 부분을 중장기 비전을 만들어 해결하기 위해 작년 전문가 의견을 듣고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보건의료발전계획 기본적 틀을 만들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아직 공론화하지는 못했지만 올해 더욱 적극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가치로서의 의료가 이뤄지려면 질병치료 뿐 아니라, 정서적인 면까지 해결돼야 한다. 그런 내용을 종합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공중보건위기극복의 기본 패러다임으로 가야 한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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