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는 내과, 소아청소년과와 정신건강의학과 등 관련 학회와 자문회의를 열고 입원료 30% 수가가산 폐지 방안을 논의 중
- 낮은 수가 개선 의지 없이 오히려 지금처럼 필수의료에 노력하는 관련 과를 억압한다면, 정부가 바라는 선진 의료 체계 구축은 요원해질 것
정부가 ‘3차 상대가치’ 개편을 통해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에 대한 가산 수가 폐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의료계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논의 시작단계인 만큼 결과를 예단하기 이르지만, 수가가산 폐지로 방침을 정한 복지부 입장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과, 소아청소년과와 정신건강의학과 등 관련 학회와 자문회의를 열고 입원료 30% 수가가산 폐지 방안을 논의 중이다. 특히 복지부 보험급여과는 이미 가산 폐지를 기정사실로 관련 학회와 논의를 거쳐 의료행위 수가 개선을 통해 손실을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굳혔다는 것이 의학계의 설명이다.
◆ 입원료 가산이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가산은 지난 1970년대 외과계에 비해 내과계가 상대적으로 수가가 적게 책정됐다고 해서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질환 입원환자에 대해 30% 가산을 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과계 검사 등으로 수익구조가 개선되자 가산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자, 복지부는 입원료 30% 수가가산 폐지 방안을 위한 회의에 들어간 것이다.
◆ 우려의 목소리
하지만 관련 회의에 참가한 한 내과 관계자는 “복지부 측에서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가산이 생긴 이유 자체가 불분명하다고 하며 폐지를 거론했다”며 “현장에서는 외과보다 내과, 소청과가 수술 이후 포스트 케어에서 손이 더 많이 가기 때문에 마련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근거가 없다고 하면 소아과나 정신과, 내과 입원환자 이해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한내과의사회 김태빈 보험정책단장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가산폐지와 관련해 대학병원 교수들 불만이 많다”며 “정부가 가산을 없애고 다른 보상안을 마련해준다고 하는데 병원에 대한 보상은 될지 모르지만, 내과, 소청과, 정신과 교수나 스텝들에게는 혜택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3차 상대가치 개정을 하면서 재원 순증없이 총점만 고정한 상태에서 진행하려고 하고, 저평가 행위에 대해 보상을 높이려고 하니 가장 만만한 가산을 건드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이어 “복지부도 고민이 많았겠지만 지만 순증없이는 3차 상대가치 개편이 진행되면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가산이라는 아랫돌을 빼서 윗돌은 메우는 것밖에 안 된다”이라고 비판했다.
◆ 필수의료 살리기는 반드시 필요한 사안
각 의료계 또한 강한 반발에 나섰다. 민초의사연합은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3차 상대가치개편을 주도하면서 의료 보험 재정의 추가 부담 없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정을 재단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민초의사연합은 “필수의료 살리기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사안이라는 사실을 복지부와 의사협회가 공동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관련 정책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필수의료 살리기는 구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국민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국가 의료 체계를 구축해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모든 국민이 누리도록 노력하려면, 필수의료를 전담하고 있는 분야를 지원하고 활성화해야 한다”며 “낮은 수가 개선 의지 없이 오히려 지금처럼 필수의료에 노력하는 관련 과를 억압한다면, 정부가 바라는 선진 의료 체계 구축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수가가산 폐지 방안을 논의를 철회해야
특히 대한의사협회가 나서 복지부가 추진 중인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30% 수가가산 폐지 방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했다.
이들은 “의협은 회원의 권익 옹호 차원에서 관련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정부와 협상을 통해 저수가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필수의료 살리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오미크론 상황으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 중인 내과, 소아청소년과와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30% 수가가산 폐지 방안을 논의를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의료계 내에선 정부가 보상안 없이 가산 폐지부터 결정해 혼란을 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다른 형태로 보상하는 것이 필요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신용선 보험이사는 “외래진찰료와 입원료 개편을 골자로 하는 3차 상대가치 개편 로드맵에서 먼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가산 폐지가 거론됐다”며 “이에 따른 손실 보상안이 정해지지 않아 소식을 접한 입원실 운영 원장들이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어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30% 가산 관련 정신과에서는 포션이 연간 800억원에 달하는데, 가산을 폐지한다면 손실분을 다른 형태로 보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차원에서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지만, 아직 회신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정신보건법이 개정되면서 규제가 강화된 것에 이어 입원료 가산까지 사라지면 정신건강의학과 입장에선 입원실을 운영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신 보험이사는 "특정과 입원료를 빼서 다른 과 입원료를 높이는 방식은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만큼 다른 수가에서 이를 보존해줘야 한다고 본다"며 "아직 논의가 시작단계기 때문에 본회는 우선 복지부가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들어볼 방침"이라고 전했다.
◆ 위기의 소청과 상황도 고려해야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역시 우려를 표명했다. 소청과 의료기관 폐업률이 증가세고 전공의도 급감하는 추세인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 없이 기존 가산부터 삭제하겠다는 논의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기존에도 저출산 문제로 소청과 경영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객관적 지표만 가지고 상대가치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탁상공론"이라고 꼬집었다.
임 회장은 "해외 선진국들은 소아과 등 필수의료과를 살리기 위해 무조건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다"며 "소아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고, 실제로 의료기관이 없어 사망하는 소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성만 따지는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 복지부의 대응
이처럼 의료계의 반발이 심하자 복지부는 뒤늦게 사태를 가라 앉히기 위해 진화에 나섰다. 복지부는 입원가산 폐지는 오히려 각 과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청과는 입원가산 폐지가 아니라 기준 정리를 하는 것이며, 정신과는 입원가산 폐지 후 응급수가를 가산할 수 있고, 내과는 저평가된 수가를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소청과는 가산 폐지가 아니라 현재 연령 등에 따라 분산돼 있는 가산체계를 통일시키는 것이고, 정신과는 가산을 폐지하는 대신 응급의료 관련 수가를 올려주는 방안이라고 했다. 내과는 세부분과별로 비용대비 수가가 낮게 책정된 부분을 보정해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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