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의료현장 노동자들에게 주기로 한 감염관리수당을 병원이 직접고용한 노동자에게만 지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코로나병동에서 청소 및 각종 폐기물 수거 등 동일한 업무를 하고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돼 수당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질병관리청의 이 같은 지침이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차별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지만, 방역당국은 한정된 예산 내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르면 감염관리수당 신청 시 의료기관 원 소속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며 "같은 일을 하더라도 원 소속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간접고용 노동자를 수당에서 배제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 감염관리수당의 사각지대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7일 ‘코로나19 감염관리수당’ 지급과 관련한 지침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보건의료 인력의 처우개선을 위해 접촉 빈도나 업무난이도 같은 업무여건을 고려해 직종별로 2만~5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지침에서 수당 지급 대상을 ‘의료기관 원소속 근무인력’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같은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대면하며 업무를 하더라도 직접고용 인력은 수당을 받을 수 있지만 용역업체에 소속돼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수당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노조에 따르면 수당을 신청할 때 의료기관 소속 근무인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 부당한 차별에 해당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현장 노동자들은 "차별을 조장하는 감염관리수당 지침은 전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진 서울아산병원새봄지부 지부장은 "그간 '차별은 옳지 않다', '공정을 지향한다'는 정부가 내놓은 지침인데,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며 "같은 일을 하면서 간접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수당에서 제외된다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라며 제도적 보완을 촉구했다. 이어 “대부분 병원이 청소·폐기물 관리·조리·시설·환자이송 등의 업무를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맡기고 있다”며 “정부가 병원에 간접고용 노동자가 많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데 ‘원소속’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분명 간접고용 노동자를 제외한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보호해야
코로나19 외의 전반적인 감염병 관리 방침에서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금자 이화의료원새봄지부 "청소노동자들이 결핵환자 병동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화장실, 바닥을 청소한다"며 "공기 중 전파되는 결핵의 특성상 감염 걱정이 돼 병원 측에 결핵검사를 요구했는데, 질병관리청 지침상 의료인이 아니라서 안된다고 통지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잠복결핵 검사 의무자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소속 종사자만 해당돼 결핵 병동을 출입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위험에 노출돼있다"며 "고용 형태와 관계 없이 모든 병원 노동자는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방역당국, 예산 부족을 토로
이러한 반발에 대해 방역당국은 '수당 차별 논란'에 대해 방역당국은 한정된 예산 내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날 "예산이 6월까지 1200억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일단 원 소속 보건의료인력을 중심으로 지급하고 있다"며 "다만, 간접고용노동자 수당도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추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측 자체 추산에 따르면, 대형병원 당 코로나 환자들과 상시 접촉하는 간접고용노동자들을 10~20명이라고 볼 때, 25억원 정도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