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수싸움의 향연, 2023년 수가협상...핵심은 코로나 손실보상

- 일시적인 재난 상황에서 발생한 비용인 손실보상이 의료수입으로 잡히는 것은 불가능...이는 병실을 더 만들고 인력을 더 채용한 것에 대한 보상
- 공단은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양측의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나가겠다고 강조

지난 13일 대한병원협회를 끝으로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수가) 1차 협상이 모두 마무리 된 가운데, ‘추가소요재정(밴딩)’에 ‘코로나 손실보상’ 이슈까지 문제가 더해지면서 의료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해 대한병원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조산협회 등 6개 공급자단체들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건보공단과 1차 수가협상을 벌였다. 이번 협상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손실보상 관련 문제였다. 즉 코로나19 손실보상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재정소요분(밴딩)을 정해야 한다는 가입자단체와 수가협상과 손실보상은 별개라는 공급자단체의 입장이 첨예해 공단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의료단체, 손실보상이 수가협상에 포함되면 안돼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지난해 요양기관에 지급된 코로나19(COVID-19) 손실보상이다. 이미 가입자단체는 1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손실보상금과 관련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요구한 상태다.

재정운영위원회 윤석준 위원장은 "가입자측에서 매우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한 것이 작년과 달라진 점"이라고 꼽았고, 건보공단 이상일 수가협상단장도 "과거와 다른 방식의 접근을 시도하는 것 아닌가 짐작한다"고 밝혔다.


즉 코로나 손실보상을 요양기관의 수입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 11~13일 1차 협상에 나선 공급자단체들은 수가협상과 손실보상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김동석 수가협상단장은 "일시적인 재난 상황에서 발생한 비용인 손실보상이 의료수입으로 잡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병실을 더 만들고 인력을 더 채용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가협상에 코로나19 지원금까지 연관시켜야 한다는 것이 가입자 생각이지만, 우리 입장은 코로나19 지원금은 재난상황 대응에 따른 수익이었기 때문에 수가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가협상은 수가협상으로만 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진료비는 조금 상승했지만 재원일수, 수진자수는 감소했다”며 “이는 환자가 코로나19를 우려해 의료기관 내원을 참았다가 한 번 방문했을 때 미뤘던 치료들을 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원계도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수가협상단장은 "병원계 입장에서는 코로나 치료병상, 간호인력, 추가 고용 수당에 손실보상이 모두 투입됐다. 수입으로 직결되지도 않았고 손실보상을 수가협상에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상대적으로 손실보상이 적었던 치협도 손실보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밴딩 자체가 커야 모든 공급자단체들에게 유리한 상황에서 손실보상 이야기는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치협 김수진 보험이사는 "손실보상 자료를 요청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쟁점은 밴드가 어떻게 형성되느냐며, 밴딩 자체가 작아도 좋을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가협상 목표는 공급자들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어려운 재정 상태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손실보상이 수가협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수가협상 전 6개 공급자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현재 20조원의 건강보험 재정 흑자를 고려해 합리적인 밴딩 규모를 책정해달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공단의 입장은?...적절한 균형점 모색

그러나 건보공단은 3일간 이어진 1차 협상에서 소득 중심 보험료부과체계 개편, 지역가입자의 주택금융부채 보험료 경감 등을 이유로 재정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재차 언급하며 난색을 보였다. 즉 공단은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공단 수가협상단장인 이상일 급여상임이사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로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물가인상과 금리상승 등 비용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같은 어려움은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단체가 수가인상 부분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 이사는 “그간 공급자단체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헌신했다는 것도 알고, 의료 이용량 감소에 따른 경영상의 어려움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안다”며 “가입자와 공급자 간 기대가 엇갈리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올해도 수가협상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공단은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양측의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2차 수가협상 일정은 오는 25, 26, 27일 3일간이다. 구체적 공급자단체 협상 순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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