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장기화와 손실보상, 예방접종비 등 코로나19 관련 보상 문제가 핵심 이슈로 등장
- 의협, 코로나 사태에서도 환자 진료에 매진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희생과 높은 직원의 고용률, 최근의 높은 임금 및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야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협상(이하 수가협상)이 일단은 마무리됐다.
지난 1일 밤샘 협상 끝에 마무리된 2023년도 수가협상에서는 평균인상률은 1.98%(소요재정 1조 848억원)을 기록했으며, 병원 1.6%, 약국 3.6%, 치과 2.5%, 조산원 4.0%, 보건기관 2.8%로 체결됐다. 반면 의원(2.1% 제시)과 한방(3.0% 제시)은 결렬됐다.
건강보험공단(이사장 강도태)은 대한의사협회 등 7개 단체와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을 완료하고, 1일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이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2023년도 평균인상률은 1.98%(추가 소요재정 1조848억원)로 전년도 인상률 대비 0.11%p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결렬됐던 병원급(1.6%)과 치과(2.5%) 유형을 비롯해 약국(3.6%), 조산원(4.0%), 보건기관(2.8%) 등 5개 유형은 타결됐다. 의원 및 한방 유형은 협상이 결렬되면서 향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인상률이 결정된다.
앞서 이번 수가 협상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손실보상, 예방접종비 등 코로나19 관련 보상 문제가 핵심 이슈로 등장하면서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에 시각차가 크고 어느 때보다 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란 전망과 예측이 나왔다.
◆ 병협, 제도개선을 위해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오전 6시 30분쯤 송재찬 병협 수가협상단장은 첫번째 타결 유형으로 협상을 끝내고 나와 기자단에게 “아쉽다”면서 “저희와 공단이 2년간 협상이 결렬됐었기 때문에 3년째 결렬로 끝내기에는 부담이 있다. 앞으로 제도개선을 위해 어려운 수가협상 구조 문제에 관해선 인식을 같이했다. 이를 위해 가입자와 공급자가 긴밀히 대화를 해 나가고, 건강보험 발전과 의료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공단도 공감했다. 이러한 부분은 아쉽지만 전향적으로 받아들인다. 2023년도 수가협상은 타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송 단장은 “협상단 대표로서 기대한 결과를 받지 못해 회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병원의 환자를 위한 노력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방안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종적으로 병협 수가 인상률은 1.6%로 결정됐다. 병원 환산지수(상대가치점수당 단가)는 79.7원으로 정해졌다.
◆ 치협, 실익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최종 합의
두번째로 타결된 치협의 마경화 부회장은 “지난번과는 양상이 달랐던 수가협상이었다. 원래 생각했던 것과는 격차가 크다”라며 “그래도 2년 연속 결렬을 했기 때문에 저희 측이 보이지 않은 불이익을 많이 받은 것 같아 이번에는 실익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최종 합의했다”며 타결 소식을 전했다.
치협 인상률은 2.5%로 전해졌다.
◆ 약사회, 재정 절감에 기여기 위해 합의
대한약사회의 박영달 부회장은 “기존의 환산지수만 가지고선 약사회의 가치와 조제 수가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상대가치를 개발해서 재정 절감에 기여하고 약사의 가치와 국민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공단과 함께 찾자고 말을 나눴다”라며 협상 타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약사회는 공단이 제시한 3.6% 인상률을 받아들였다.
◆ 조산사협회, 너무 적은 올해 밴드 탓에 협상 타결
김옥경 조산사협회장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여러 병원이나 조산원이 코로나19로 인해 고생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 협상을 통해 전혀 보상이 안된 부분을 만회하려 했다”며 “좀 더 높여서 받고자 늦게까지 기다렸지만, 올해 밴드가 너무 적었고 공단 측도 고생을 하셔서 이정도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며 4.0%의 인상률로 협상을 타결시켰다.
◆한의협, 지나치게 낮은 수가 탓에 협상 결렬
반면 한의협 측은 8차 협상을 끝내고 나온 오전 9시쯤 “가당치도 않은 수치”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수가협상 기간 동안 한의계 현실이 조금이나 전달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했지만, 상호간 간극이 너무커 도장을 찍지 못했다. 수가협상단장으로 책임을 느낀다"라며 “협상 과정, 결과도 납득이 가지 않은 협상이었다. 큰 줄기 원칙이 없고 답을 정해두고 SGR모형을 넣는 방식으로 협상과정에서 거론된 수치는 한의계 입장에서는 가당치도 않는 수치”라고 비판했다.
한의협이 제시받은 인상률은 3.0%였다.
◆ 의협,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기여한 부분을 인정해야
협상을 마무리한 마지막 유형인 대한의사협회 역시 협상이 결렬됐다. 의협수가협상단 소속인 좌훈정 대한일반과의사회장은 최종 협상 전 “이럴거면 수가 협상 뭐하러 하느냐”며 고성을 지르고는 “건강보험법상 자정에 협상을 완료했어야 한다. 공단 협상단은 허수아비인가?”라며 소리쳤다.
오전 9시13분쯤 최종 협상을 마치고 나온 의협의 김동석 협상단장은 협상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공단 재정위를 비판하는 성명을 낭독했다. 현장에는 이필수 의협회장도 자리했다.
김 단장은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일차의료 붕괴를 막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협상에 최선을 다하여 임하였음에도, 대한의사협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간에 진행된 2023년도 의원용 수가협상은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며 “의협은 협상 테이블에서 의원급이 타 유형보다 진료비 인상률이 높은 요인은 초음파 급여화 등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기인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이에 코로나19 사태에서도 환자 진료에 매진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희생과 높은 직원의 고용률, 그리고 최근의 높은 임금 및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수가 인상률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어떠한 객관적 근거나 명분도 없는 2.1%를 수가 인상률이라고 일방적으로 최종 통보해 결렬을 조장했다”고 비판했다.
공단이 제시한 2.1%의 수가인상률은 지난해의 3.0%보다 줄어든 수치다.
김 단장은 “이러한 일방통행을 강요하는 재정위의 행태에 강한 분노를 넘어 모멸감마저 들 지경”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렵게 버텨 온 회원들에게 만족하지 못한 협상결과를 전할 수 밖에 없는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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