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이 밤샘 끝 논의에도 결렬된 수가협상을 두고 건보공단이 결렬을 의도적으로 조장했다며 수가 협상을 위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렵게 버텨온 회원의사들에게 만족하지 못한 협상결과를 전할 수밖에 없는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의협과 대개협은 1일 수가협상 결렬 직후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일차의료의 붕괴를 막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임했음에도 수가협상은 결국 결렬됐다”고 규탄하고 나섰다.

의협은 협상 테이블에서 의원급이 타 유형보다 진료비 인상률이 높은 요인은 초음파 급여화 등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하며, 코로나 사태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희생과 높은 직원 고용률, 그리고 최근의 높은 임금 및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수가인상률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러나 정당한 요청은 철저히 묵살됐고, 공단 재정운영위는 단지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증가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객관적 근거나 명분도 없는 2.1%를 수가인상률이라고 일방적으로 최종 통보해 결렬을 조장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한없이 가라앉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에 또다시 찬물을 끼얹어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이어 “더욱이 공단 재정운영위가 이번에 제시한 인상률은 유형별 계약이 시작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는 공단 재정운영위가 국민과 의료계 위에 군림하려는 위원회인지 그 역할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며, 수가협상이라는 미명 하에 이러한 일방통행을 강행하는 공단 재정운영위의 행태에 강한 분노를 넘어 모멸감마저 들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공단 재정운영위에서 결정한 밴딩 규모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자료가 무엇인지 되물었다. 특히 보건의료노조 등 가입자단체에서 올해 임금인상 요구안이 5~7% 수준임에도 재정운영위에서 제시한 수가인상률로 이 같은 임금인상 요구 수준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지적했다.

이번 수가협상 결렬로 2023년도 의원유형 수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된다.

이와 관련해 의협과 대개협은 “불합리한 위원 구성이 해소되지 않은 건정심에서는 건보공단의 최종 제시 수치를 기준으로 공급자만 수가협상 결렬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될 것이고, 정작 수가협상의 또 다른 당사자였던 건보공단이나 공단 재정운영위원회는 협상 결렬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건정심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수가를 결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매년 건보공단 재정운영위가 일방적으로 정한 밴딩 규모 내에서 공급자간의 서열을 매겨 나눠주기 방식으로 이뤄지는 수가협상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의협과 대개협의 주장이다.

이들은 “건정심에서 공단의 일방적인 수가 제시안만을 기준으로 공급자단체의 수가인상률이 결정되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수가계약 결정구조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는 조속히 수가결정구조의 합리적인 개선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의협과 대개협은 “이해할 수 없는 수가인상률이 결정되고, 수가 결정구조가 합리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사들은 건강보험과 필수의료 진료를 더욱 외면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한 일차의료의 붕괴와 피해는 국민들의 몫”이라며 “그 책임은 온전히 정부와 건보공단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불합리한 구조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수가협상 거부까지 적극 고려할 수밖에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의협과 대개협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렵게 버텨온 회원들에게 만족하지 못한 협상결과를 전할 수밖에 없는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