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의료기관 강제 대행법으로 불러야 하는 이유는?
- 의료기관의 행정업무 부담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 이는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매진할 수 없게 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
- 의료기관이 보험가입자의 진료 정보를 심평원에 제공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실손의료보험 청구 업무를 위탁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 성명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가 개정 법안에 대한 반대의사를 강력 표명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31일 성명서를 내고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심평원의 진료 심사 행위가 보험업계 이익과 직결되는 구조는 매우 불합리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대한 논의는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 개선 권고 이후 10여년이상 보험업계와 의료계가 대립하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이 또다시 발의됐다. 지난 5월 9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라는 명목으로 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을 중개기관으로 하고, 의료기관에 진료 관련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이비인후과의사회는 “보험업계가 진정으로 국민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를 위한 다른 방법들은 왜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못하느냐”며 “의료계는 제3의 중개기관이나 핀테크 업체를 활용한 대안 등을 제시했지만 보험업계는 충분한 검토 없이 국민의 편의를 위한다고 포장해가며 심평원을 중개기관으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심평원의 실손보험 심사 결과에는 환자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들어있어 (개정안은) 사설 보험업체가 개인정보를 손쉽게 편취하는 게 가능하도록 해주는 악법”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심평원에서 보험업계로 제공되는 정보에 제한을 두고 전산화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이는 심평원의 업무 효율 등을 핑계로 쉽게 전산화된 정보의 제공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으로 의료계의 비판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일 뿐”이라고도 했다. 의사회는 또한 의료기관이 보험가입자의 진료 정보를 심평원에 제공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의사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이 아니라 ‘실손보험 청구 의료기관 강제 대행법’”이라며 “만일 이 개정안이 통과되고 발효된다면, 의료기관의 행정업무 부담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매진할 수 없게 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회는 “의료계가 우려하고 반대하는 의료악법들이 적절한 논의·설득의 과정 없이 강행 처리되고 또 강행처리 하려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며 “그동안 의료계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된 비합리적인 법안들로 의해 현장의 의사들은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 잘못된 법이라도 한번 발효되면 수정하고 보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현장 전문가인 의료계와 적절한 논의와 설득 과정 없이 추진되는 입법은 지양하기를 바란다”며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에 반대를 강력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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