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에서도 코로나19 완치 후 만성 증상을 호소하거나 이로 인해 입원한 환자들에게 폐렴구균 백신 접종 권고
의료계 내부에서 올해 하반기 팬데믹 재유행 경고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완치 이후에도 후유증으로 인한 폐렴 발병 위험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폐렴은 국내 사망 원인 3위이자 호흡기 질환 사망률 1위인 만큼 백신 접종 중요성이 부각된다.
코로나19 완치 이후에도 ‘롱코비드(Long Covid)’라 불리는 장기 후유증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 10명 중 4명이 폐렴을 앓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롱코비드는 코로나19 완치 이후에도 12주 이상 증상이 계속되거나 새롭게 나타나는 후유증을 뜻하는데,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의 80%가 롱코비드 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재유행이 확실시되는 올해 겨울 이전에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4일 오전 한국화이자제약은 서울 롯데호텔에서 ‘롱코비드와 폐렴’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가 이날 발표자로 나섰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완치 이후 롱 코비드로 재입원한 환자들의 입원 원인 중 호흡기 감염이 58.2%로 1위를 차지했다”며 “이러한 호흡기 감염 환자 중 77.2%가 폐렴에 걸린 경우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으로 다시 병원을 찾은 환자 10명 중 3~4명꼴로 폐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를 비롯한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엔 다른 세균에 2차 감염될 가능성이 커진다. 바이러스가 1차로 몸에 들어와 건강과 면역력 등을 해치면, 이것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2차로 세균이 들어오면서 합병증에 걸리는 등 후유증이 길어질 수 있다.
2차 감염을 유발하는 세균 중 특히 위험한 것이 폐렴구균이라는 게 정 교수 설명이다. 폐렴구균은 폐렴의 주요 원인이 되는 세균의 일종인데, 폐가 아닌 다른 장기까지 감염시키며 다양한 병을 유발할 수 있다.
중장년층이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롱 코비드까지 진행할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날 한국화이자제약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5~69세 중장년층 코로나19 환자는 18~24세 환자보다 롱 코비드를 앓을 가능성이 4.4~4.5배 더 높다.
정 교수는 올해 겨울 코로나19가 재유행하기 전에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대규모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올해 가을이 되면 3·4차 백신 접종, 혹은 감염 등으로 생긴 코로나19 면역력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며 “그 전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폐렴구균 백신을 맞아야 올해 겨울 코로나19 재유행과 그 후유증에 따른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감염을 100% 예방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폐렴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낮아지고, 혹시 감염되더라도 가볍게 앓고 지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최근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도 코로나19를 겪은 환자에게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며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에서도 코로나19 완치 후 만성 증상을 호소하거나 이로 인해 입원한 환자들에게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라고 권고 중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방역당국도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맞을 수 있는 성인용 폐렴구균 백신은 ‘13가 단백접합백신’과 ‘23가 다당질백신’ 두 종류가 있다. 이 중 23가 백신은 평생 1회 접종하면 되는 백신으로, 국가에서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 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보건소나 지정 의료기관에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는 만 19세 이상 만성질환자와 고위험군은 13가 단백접합백신을 접종하고, 65세 이상 성인은 13가 백신과 23가 백신을 순차 접종하는 게 효과적이다. 폐렴구균 백신은 평생 한번 맞으면 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접종하거나 가을철 독감백신과 함께 접종하는 것도 좋다"고 권고했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3가 단백접합백신만 접종하면 66.4%, 13가 단백접합백신과 23가 다당질백신을 차례로 접종하면 80.3% 확률로 폐렴을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mRNA 백신의 예방 지속 효과는 3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3, 4차 접종을 마쳤거나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더라도 가을에는 코로나19 백신을 다시 맞아야 한다는 얘기"라며 “오미크론과 델타 변이를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백신 개발이 하루빨리 완료되어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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