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제2의 독감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정부를 향해서 보건의료단체들은 ‘각자도생 방역 정당화’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2일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정기석 위원장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향후 방역대응 기조와 관련한 답변에서 “코로나19를 제2의 독감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와 관련한 정책 자문 활동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3일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인구당 확진자 수가 세계 최다를 기록하고, 하루 사망자 수도 유행기간 중 최다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치명률이 낮다며 독감처럼 받아들이라고 한다”며 “각자도생 방역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코로나19는 독감이 아니다. 여러 차례 지적했듯 거대한 규모의 팬데믹에서 치명률은 부적절한 지표”라며 “아무리 치명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확진자가 많아지면 사망자가 늘어난다. 따라서 유행을 억제해 사망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출범 이후 한 번도 유행 억제 정책을 내놓은 바 없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정부가 신속한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표적방역을 강조했으나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시민들은 격리, 진단, 치료 모두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입원치료는 자율이 됐다. 확진자가 알아서 증상이 악화되면 입원 진료기관을 찾아서 치료받아야 한다. 게다가 자율에 맡기고 있으니 민간 병원이 입원을 거부해도 도리가 없다. 대학 병원 상당수가 입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현 실태를 고발했다.

또, 정부가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하겠다며 ‘표적방역’을 내세웠지만 요양원과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에 대한 뾰족한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가 실질적으로 내놓은 요양원 대책이라곤 ‘요양시설 의료기동전담반’밖에 없다며 그마저도 의료진이 부족하고 정부 지원도 부족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아 보여주기식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2~4월 사망자가 35.9%였다. 정부가 실제 고위험군의 생명을 지키고자 한다면 전담병원과 의료진을 확충해 제대로, 적시에 이송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시설의 밀집문제, 돌봄 노동자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방역은 ‘긴축방역’이다. 재정지출은 줄이겠다며 문재인 정부 시기 존재했던 방역 정책들마저도 해체하고 있다”며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독감을 운운하며 위험을 축소하고 있다. 윤 정부에게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