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수본 수도권상황실 축소 논의 중... 12월 중 결정
- 수도권 공동 대응에서 지자체 개별 대응 전환
- 재유행 위기에 정부와 현장 시각 엇갈려 우려
코로나19 겨울 재유행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오히려 대응조직을 축소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16~20일) 국내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가 1.09를 기록했다. 감염재생산지수가 1을 넘은 것은 지난 8월 셋째 주 이후 처음이다. 단순 확진자 수만 봐도 최근 2~3만 명대를 꾸준히 오르내리며 코로나19 재유행 단계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전부터 12월 재유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비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재유행 대비의 핵심인 ‘개량 백신’ 접종률은 지난 21일 기준으로 1.1%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까지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병상 배정 등을 담당하는 수도권긴급대응상황실 축소 소식까지 전해지자 정부가 코로나19 상황과 '엇박자'로 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진행한 차관급 회의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 수도권긴급대응상황실 축소 재배치 여부와 추진 단계를 논의했다. 수도권 공동 대응 체제에서 지자체별 대응 방향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현재 유력한 일정은 오는 11월 중 인력을 감축하고 12월 초까지 지자체 업무 이관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에 맞춰 국립중앙의료원에 설치한 수도권상황실도 '서울시 상황실'로 변경해 서울시청으로 이전한다. 복지부 계획은 수도권상황실과 각 지자체에도 이미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본 수도권상황실은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환자의 병상 배정 권한을 가지고 있다. 각 지역 보건소와 의료기관이 환자 발생 상황과 환자 상태를 전달하면 전문의와 공중보건의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진이 중증도와 입원 필요 여부를 판단한다. 코로나19 병상을 운영하는 전담병원 연락과 협의도 여기서 이뤄진다.
서울에서 발생한 환자가 경기도에서 치료받거나 반대로 경기도 지역 환자가 인천 소재 병원 입원이 가능한 것도 수도권상황실이 이 지역 전체 병상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배정해왔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담당 공무원을 파견해 코로나19 동향을 공유하고 대응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중앙 정부도 감염 규모에 따라 공보의와 간호사를 병상 배정 업무에 투입해왔다.
따라서 수도권상황실이 각 시도별 상황실로 갈라지고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되면 현장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중수본은 최근 방침을 바꿔 시도 간 이동은 가급적 자제하고 지역 내에서 환자를 수용하도록 하는 등 축소 대비에 들어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면회가 허락되고 기온이 떨어지면서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병상이 많이 없어진 상황이라 시도 간 환자 이동이 오히려 절실하다"면서 "그동안 수도권 유행세가 정체에서 소강으로 넘어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다시 확대 국면 갈림길에서 공동대응체계를 해체한다니 정부와 현장의 시선이 엇갈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수도권상황실을) 아예 해체하려다가 유행세를 보고 그나마 축소 단계에 머물렀다는 말도 나온다"면서 "(정부가) 조만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19 경보 단계를 하향할 거라고 예상하고 그에 맞춰 상황실 해체를 준비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 예상'과 달리 WHO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전 세계 유행 상황을 봤을 때 단계 하향은 아직 섣부르다는 입장을 냈다. 최근 2주간(9~22일) 전 세계 신규 확진자 수는 623만명이다.
복지부 중수본 관계자는 정부가 실제로 수도권상황실 축소 후 해체 단계를 밟고 있는지 묻자 "아직 답변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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