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각 국가들이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렸던 것이 엊그제 같지만 이제는 물량이 넘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나라가 하나 둘 생겨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기존 재고량에 올해 주문량까지 더해 총 2억 8,000만회분에 달하는 코로나19 재고를 가지고 있어 재고 처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갑작스럽게 악화되지 않는 이상 이들 대부분은 유효기간이 지나 최악의 경우 전량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백신 제조사들과 추가 협상을 통해 해결법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연합(EU)도 상황은 매한가지이기에 이들도 제조사와 협상에 나서고 있다. EU는 백신 제조사들과 13조 5,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1일 독일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19일 독일 연방정부 이름으로 보관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총 1억 5,100만회분에 달한다. 이중 9,600만 회분은 화이자 백신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앞으로 백신 재고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독일과 백신 제조사들은 올해 연말까지 코로나 백신 1억 3,000만회분의 공급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 이중 화이자 백신은 9,240만회분이다.

현재 독일의 백신 보관분과 비슷한 규모가 올해 들어온다는 얘기다. 보건부는 백신제조사들과 공급계약이 내년 초에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EU 역시 2021년 화이자와 18억회분을 350억유로(47조 3,000억원)에 공급받기로 했다. 이는 역대 최대규모의 계약이다. 독일 내 코로나19 상황이 크게 악화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백신 2억 8,000만회분은 유효기간이 지나 고스란히 버려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백신 제조사들과 공급계약 조정을 위한 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보건부 대변인은 “EU 집행위와 백신제조사들은 공급계약 조정을 위한 협의를 진행중”이라며 “추가 협상은 신의성실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보건담당집행위원과 EU 보건장관들이 이와 관련해 연초 백신 제조사들과 협상을 통해 100억 유로(13조 5,000억 원) 규모의 코로나19 백신 공급계약의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