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넘긴 애플페이 도입... 금융당국서 ‘보안성·안정성’ 지적 당한 듯

- 까다로운 금융당국 요구 조건 맞춰야 출시 가능... 도입 지연 불가피할 듯
- 말 아낀 현대카드 “애플페이 이슈에 대해 어떤 답변도 줄 수 없다”

애플페이가 지난해 하반기 도입될 것으로 전망되며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금융당국 심사에서 발목잡혀 해를 넘겼다. 애플페이 고객의 개인정보가 국외로 이전하는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카드) 결제 방식 고집이 정보처리위착규정에 저촉되는 것이 이유이다. 이에 향후 현대카드와 애플페이 측이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보안성과 관련 안정성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출처 : How To Do It All

2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애플페이의 결제 정보는 해외에 나가는데 보안성과 안정성을 마련했는지를 검토 중”이라며 “금융회사 업무 위탁 규정과 함께 정보전달 과정의 안정성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MV 결제 방식에 따른 보안성과 안정성이 아직 국내서 입증되지 않았 탓으로 분석된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시스템 구축을 위해 오프라인 가맹점에 근접무선통신(NFC) 단말기를 무상으로 지급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융위가 현대카드에게 Q%A섹션 등 다양한 이슈를 해결하는 숙제를 내줬지만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해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국의 입장과 금융권 목소리를 종합하면, 당초 11월 말로 예정되었던 애플페이 국내시장 도입이 날짜를 훌쩍 넘겨 해가 지났지만 현대카드가 당국이 설정한 보안성과 안정성에 대한 인프라를 충족시키지 못한게 가장 큰 원인이다.

실제로 데이터 3법 중 개인정보보호법 제26조는 업무 위탁에 따른 개인정보 처리 제한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한 세부 법규 ‘금융회사의 업무처리 위탁에 관한 규정’은 ‘개인고객 고유식별정보’와 ‘개인 식별이 가능한 금융거래정도’의 국외 위탁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하고 있다.

선자는 주민번호·운전면허번호·여권번호·외국인등록번호 등에 적용하고, 후자는 은행 출금과 같은 금융거래 정보를 뜻한다.

먼저 관련 규정 제5조 1항을 살펴보면 “금융회사가 개인고객의 고유식별정보 처리를 위탁할 경우, 각 관련 볍령상 안정성 확보 조치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며 “이때 고객은 어떤 암호화 등의 보호조치를 실행해야 하며 특히 국외로 이전되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위탁 관련 규정인 7조에 따르면 ‘개인 식별이 가능한 금융거래정보’를 국외로 위탁하는 경우 ▼위탁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위탁에 따른 업무처리절차의 주요 변경내용 ▼정보처리업무 운영에 대한 감독기관의 실질적 감독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 서류 ▼전산사고 및 정보유출 등 발생시 피해자 구제절차 등을 금융감독원에 대한 사전 보고 형식 입증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융 정황을 봤을 때 현대카드는 이를 입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EMV 결제 방식을 사용하는 구글페이 역시 2017년 국내 도입이 무산된 적이 있어 결제정보를 국외로 유출시키는 것에 따른 당국의 보안성과 안전성 보완 요구 충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입장에선 반기별 업무보고서에 현황을 포함한 사후보고가 수월하다”며 “그러나 국외 위탁에 경우 까다로운 사전보고가 필수”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공시된 ‘정보처리업무 위탁 보고 현황’을 보면, 까다로운 당국 사전보고를 거쳐 국외에 정보처리를 위탁한 사례들은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계 금융사가 자국 본점에 요청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즉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 도입되려면, 국외결제망이 아닌 국내결제망을 사용하도록 한발 물러서거나 현대카드가 이 모든 어려움을 상쇄할 만큼 보안성·안정성이 강력한 인프라 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애플페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EMV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자국 NFC 시스템 ‘펠리카(Felica)’ 사용을 이례적으로 허용한 바 있다.

국내시장에선 여전히 애플페이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근거와 출처 없이 “애플페이 도입 1월 00일 확정”이라는 게시물들이 버젓이 유포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애플페이 이슈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 입장에서도 나름대로의 규정과 기준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준을 맞추지 못한다면 애플페이 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대카드 측은 “애플페이 이슈에 대해 어떠한 답변도 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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