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과 의사 감압술 후 '마미증후군' 발생한 환자... 법원, "5억 2000만원 배상해야"
설명의무 위반·시술과정 과실·경과 관찰 소홀 모두 인정
법원 “환자 동의서 대리 서명 문제, 합병증 설명 부족도 책임”
배상액 1심보다 증가… “피해자 권리 보호 중심 판결”
부산고등법원이 대학병원 소속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고, 내시경 레이저 감압술 시술 후 심각한 합병증인 마미증후군에 걸린 환자에게 5억 2000만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1심 판결을 유지하면서도 배상액은 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의료인의 설명의무 위반과 시술상의 과실, 그리고 경과 관찰 소홀까지 삼중 과실이 인정된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2016년 6월 허리와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해당 대학병원을 찾았다. 당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B씨로부터 진료를 받고, 6월 28일 요추부 내시경 레이저 감압술을 받았다. 시술 직후부터 골반 부위 감각 둔화와 배변 및 배뇨 장애 증상을 겪기 시작했으며, 7월 12일 최종적으로 마미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마미증후군은 요추 1번 이하 부위 신경근 다발이 압박을 받아 허리 통증과 하지 감각 이상, 회음부 감각 저하, 배변 및 배뇨 장애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A씨는 수술 후에도 이 같은 증상으로 인해 장기간 재활과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원고 측 대리인 법무법인 정향은 병원과 의사가 시술 전 충분한 합병증 설명을 하지 않았고, 시술 과정에서 신경 손상을 초래했으며, 시술 이후 경과 관찰과 적절한 치료를 소홀히 해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의 수술 마취 동의서가 환자 본인이 아닌 배우자 명의로 작성된 점을 들어,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법원은 이를 인정하며 “환자가 당시 신체적, 정신적으로 수술과 치료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상태가 아니었다는 증거는 없으나, 수술 전 합병증에 관한 설명이 미흡했다”고 판시했다. 또한, 병원이 수술 합병증으로 ‘신경손상(일시적)’만 언급하고, 영구적인 신경손상 가능성에 대해선 환자에게 고지하지 않은 점도 책임을 물었다.
병원 측은 시술 후 마미증후군 발생 가능성이 2017년 10월에야 학계에 보고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 감정 결과 “증례 보고 이전에도 합병증 발생 가능성은 예측 가능했다”고 반박했다.
시술 과정에서 신경 손상이 발생한 점도 재판부가 주목한 부분이다. 시술 직후부터 배뇨 및 배변 장애가 나타났고, 관련 부위인 요추 4~5번 부위에서 신경 손상이 확인된 점은 의료진 과실을 뒷받침했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시술 다음 날부터 증상을 호소했음에도 비뇨기과와 재활의학과 협진이 지연돼 신경 손상 악화와 고착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이는 의료진의 경과 관찰과 후속 치료 의무 위반으로 평가됐다.
법원은 다만 A씨가 시술 전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은 점과 이로 인한 증상이 내재돼 있었던 점을 고려해 배상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최종 배상액은 5억 2000만원 상당이 됐다.
원고 측 대리인 차성원 변호사는 “다수의 전문가 감정을 통해 의료진 과실을 입증했으며, 재판부가 이를 세심하게 검토해 이번 판결이 내려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비슷한 마미증후군 피해 사례가 많지만, 이번 판결은 피해자 권리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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