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정치권 대응 구분해야한다는 지적 多
- ‘총파업’에는 내부에서도 갑론을박... “파업 시에 책임은 누가질거냐”
- 비대위원장 자리 두고 경쟁... 차기 의협 회장 선거용 비판
대한의사협회가 더불어민주당에 ‘선전포고’를 하고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강력한 대응 방안 중 하나로 총파업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내부에서도 반대여론이 적지 않은 만큼 투쟁 동력을 모으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또, 비대위 자체가 차기 의협 집행부 선거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의협은 지난 18일 열린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국회 본회의로 넘어간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협 집행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비대위 구성 안도 압도적인 표차이로 의결되지 못했다. 투표 결과, 재석 대의원 171명 중 57.9%인 99명이 새 비대위 구성에 찬성했다. 39.8%인 68명은 비대위 구성에 반대했다(기권 4명).
새 비대위 구성에 반대한 대의원들은 민주당을 대상으로 한 투쟁이 의정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의료 현안 논의에서 아예 의료계가 배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종국 대의원(전북)은 “정치적으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 한명을 살리기 위한 정쟁 회오리에 의사들의 진료권을 말살하는 형국이다. 참담하다”면서도 “현 상황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냉철한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의원은 “현 상태에서 집행부의 손과 말을 묶는 비대위가 추진된다면 신뢰를 정부의 협조와 지원, 국민 신뢰를 이끌어낼 수 없다. 정부를 배제하고 대립하는 투쟁은 민주당에만 좋은 일”이라며 “현재 정부는 우리의 적이 아니라 파트너다.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내·외부 평가다. 최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했다.
공보의를 대표해 참석한 전시형 대의원은 비대위 구성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을 지낸 전 대의원은 간호법과 면허취소법이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황을 “여야 갈등으로 인한 부수적인 작용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이런 정국이 만들어진 데에 현 집행부를 포함해 의료계가 어떤 중대한 실책이 있었는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대의원은 “비대위는 현 집행부보다 더 나은 정무적 기능이 필요하거나 현 집행부에 중대한 하자가 있을 때 고려해야 한다”며 “여야 갈등의 소용돌이를 의료계 내부 문제로 과도하게 끌어들여 의협 이필수 회장을 필두로 한 집행부와 이에 반대하는 세력 간 갈등 문제로 치환하려는 사람들은 대체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 대의원은 “현 집행부가 제외된 비대위 발족을 원하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투쟁 능력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20년 의사 파업은 학생과 전공의 등 젊은 의사들 위주였고 이들은 아직 그 아픔으로부터 회복 중이다. 단순히 투쟁 결과에 대한 불만족뿐만 아니라 당시 의료계가 각자 이해관계 아래 이합집산하며 온갖 정치적 야욕으로 젊은 의사의 투쟁심을 더럽혔기 때문”이라며 “실제 파업을 했을 때 책임을 지지 않고 후배들을 앞세웠던 부끄러운 선배의 모습을 봤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저지를 위한 수단으로 거론되는 파업에 부정적인 시각은 전 대의원뿐이 아니다. 전공의들도 대부분 파업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로 구성되는 비대위가 내부 선거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협 대의원회는 비대위원장을 지난 18일 임총에서 바로 선출하지 않고 선거를 거치기로 했다. 이에 20일부터 오는 21일 오후 4시까지 의협 회원을 대상으로 비대위원장 후보자를 모집한 후 23일 대의원 투표를 거쳐 비대위원장을 선출한다.
임총에서 이미 출사표를 낸 후보들도 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이다. 이들 중 박 회장과 임 회장은 차기 의협 회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인물이어서 이번 도전을 ‘선거용’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이날 임총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나왔다. 비대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주 회장은 차기 의협 회장에 욕심이 없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회장은 “비대위원장 선거가 차기 의협 회장 선거와 연결되지 않는 게 합당하다. 투쟁 순수성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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