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청과 존립 우려하는 부모들 우려 온라인서 이어져
- 일부는 ‘소아과 전문의’ 양성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
- ‘오픈런’ 진료 대란 경험했던 부모들은 “진짜 큰일” 불안감 확산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전문과목을 폐과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소아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예 소청과가 내일이라도 없어질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말로 문을 닫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열악한 소아진료 현실로 인해 전문과목을 포기하고 일반진료로 전환할 수 밖에 없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폐과 선언이었지만 최근 하나 둘 실제로 문들 닫는 소아청소년과가 늘어 진료대란을 겪고 있는 부모들은 그나마 남아있는 곳마저 사라져 진료를 받을 수 없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지난 29일 소청과의사회 폐과 선언 기자회견 이후 일부 맘카페에서는 ‘소청과 존립’을 우려하는 부모들의 걱정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일부 부모는 이 폐과 선언을 더 이상 소청과 전문의를 양성하지 않기로 결정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서울지역의 한 맘카페 ‘수다방’에 글을 올린 A씨는 “기사를 늦게 봤는데 소청과가 사라진다는 말에 머리가 아프다”며 “이제 소청과 전문의를 양성하지 않는 것이냐.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너무 씁씁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외에도 소청과의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진료대란을 겪고 있는 부모들은 “진짜 큰일”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맞벌이 부부인 B씨는 “지금도 소청과 진료를 받으려면 3시간 대기는 기본인 상황이여서 아침일찍 ‘오픈런’ 줄을 서고 심지어는 반차까지 내야할 정도”라며 “소청과 의원이 지금보다 더 줄면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전전할 수 밖에 없다. 눈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소청과의사회의 폐과 선언을 소청과 전문의 양성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이해한 부모들 중 중증질환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둔 이들은 더 큰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중증 아이들은 병원에 오지 말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소청과 전문의가 없는 응급실도 있는데 크게 다치거나 아픈 아이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며 “감기 같은 경증 질환도 문제지만 중증이면 이제 더 봐줄 의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 정말 무섭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소아의료체계가 이렇게 엉망이 될 때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소청과의원들이 문을 닫고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 속에서 정부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소청과 심폐소생’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소청과는 정원의 16.4%라는 역대 최저 지원율을 기록했다. 그나마 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지원자가 늘어 25.4%로 올라갔지만 이 마저도 역대 최저 수치이다. 소아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할 의사는 점점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 지역 맘카페에는 ‘이 정도 상황이면 정부가 보조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이를 낳으라고만 할 게 아니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출산율 떨어지는 이유를 정부만 모르고 있다’, ‘다른 게 출산대책이 아니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열악한 소아 진료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용어 선택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소청과의원에서 만난 한 보호자는 “우리도 힘드니 정부가 제도개선을 해달라는 의미로 폐과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 같지만 단어 선택이 아쉽다”며 “오죽하면 그랬겠나 싶지만 극단적인 용어 때문에 부모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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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