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부터 2015년 대상 건강보험공단 코호트 분석 결과 공개
- 환자 사망 1주일 전 각종 급성기 검사 10.3개에서 16.6개로 60% 늘어
- “불필요한 검사 남발 배경, 건강보험 수가와 의사들의 방어적 태도” 분석
죽음을 앞두고 있는 임종기 환자에 대해 영상 및 검체 등 각종 검사를 실시하는 횟수가 지난 10년간 꾸준히 늘어 의료비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죽음의 의료화’로 불리는 이런 현상의 가속화로 인해 전문가들은 임종기 환자를 급성 질환으로 여기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인식 전환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30일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사망 직전 1주일 동안 임종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검사 건수의 변화에 대한 분석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현재 임종기 환자에 대한 의료비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문제이다. 이른바 ‘죽음의 의료화’가 의료계 논란의 화두에 서있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투입되는 의료 비용이 전체 의료비용 지출의 최대 50%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고, 미국의 건강보험 중 하나인 메디케어 비용의 약 25%가 사망자에게 투입된다는 보고도 있다.
미국과 크게 다른 상황이 아닌 국내에서도 해당 논란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엇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나 분석이 없었던 상황 속에서 한림대 의과대학 김현아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표본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코호트 분석이 공개됐다.
이 분석을 통해 실제로 국내에서 임종기 환자에게 얼마나 의료자원과 비용이 투입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연구진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사망하지 1주일 전의 환자를 대상으로 얼마나 많은 검사가 이뤄졌는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이 기간 동안 데이터에서 6,638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원인은 암이 가장 많았고 이어서 뇌혈관 질환이 차지했다. 사망하기 1주일전 즉 임종기에 시행된 검사를 조사하자 전체 검사 건수는 2006년 10.3회에서 2015년에는 16.6회로 1.6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추세는 시간이 지나며 기울기가 점점 더 커지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러한 검사 증가는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났다. 60~74세 환자의 경우 2006년 10.2회에서 2015년 18.4회에 크게 늘었고 75세~84세는 11.1회에서 17.6회으로, 85세 이상은 8.42회에서 14.회로 증가했다.
특히 이러한 추이는 상급종합병원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에서 85세 이상을 제외하고는 모든 연령대에서 검사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양병원의 경우 오히려 같은 기간 동안 검사가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났다.
검사 중에는 검체검사, 즉 진단검사 영역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진단검사 건수가 2006년 9.46건에서 2015년 15.57건으로 연 평균 7.39%씩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상의학적 검사는 2006년 0.86건에서 2015년 1.01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는 나타났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또한 사망 전 1주일간 10회 이상 검사를 받은 경우도 꾸준히 늘고 있었다. 2006년 40%에서 2015년에는 51.63%로 10%이상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병원별로는 차이를 보였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이러한 경우가 크게 증가했지만 요양병원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연구진은 이런 ‘죽음의 의료화’ 현상의 배경으로 건강보험 수가와 의사들의 방어적인 태도를 꼽았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가 의사의 진료시간보다 검체 및 영상 검사에 대해 과대포장하고 있고, 이런 이유로 불필요한 검사를 남발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송에 대한 두려움과 각종 검사의 효용성에 대한 가족들의 기대가 불필요한 검사를 진행시키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연구 기간 동안 암환자를 비롯해 모든 사망 원인에 대해 고령자, 특히 임종기 환자에 대한 검사량이 크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며 "사망하기 1주일전 데이터라는 점에서 이러한 의료비의 증가는 사망 원인에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임종기 환자에 대한 과도한 검사가 의료비를 크게 증가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임종기 환자에 대한 급성기 의료 서비스를 줄이기 위한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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