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의 본회의 통과가 사실상 시간문제인 가운데, 3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단장과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가 차례로 만나 추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오후 3시 의협과는 예정대로 복지부가 면담을 통해 추가 논의를 진행했으나 5시 예정이었던 간호협회와의 면담은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사실 이번 면담에서 간협의 면담 거부 및 취소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수순이기도 했다. 우선 복지부는 간호법에 관련해 정부·여당과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앞서 2월 있었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호법은 여야 만장일치 후 통과됐다’고 민주당 의원들이 주장하자 박민수 제2차관은 “여야합의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야당 단독으로 통과한 것으로 안다”며 “갈등이 극심한 법안이 통과될 경우 행정부로서는 매우 힘들다”고 지적한 것에더 잘 나타난다.

즉 수정안 마련이 꼭 필요하다는 복지부 측의 면담을 간협이 수락하는 것 자체가 간협이 대안 논의를 공식적으로 수락하고 진행하는 듯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대한 현재 원안 그대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싶은 간협의 입장에서는 굳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반면, 의협은 다르다. 의협은 그동안 간호사의 단독 개원 빌미를 제공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받아온 ‘지역사회’ 조항 제거를 주장하고 있다. 수정 및 협의를 원하는 복지부와 입장이 비슷하기 때문에 복지부와 면담을 진행하는 것에 특이점이 없다.

복지부도 간협과의 면담이 불발되긴 했지만 대안 조율을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충분한 성과를 얻은 셈이다. 최근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까지 나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이 나온 만큼, 복지부도 보건의료계 내 갈등 상황을 지켜만 볼 순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복지부 면담은 본회의 표결에 앞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실제로 세부적인 조항 수정 논의는 물밑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최근 의협과 간호조무사협회 등이 국회 복지위 수석전문위원과 간호법 대안 논의를 마쳤다. 복지부는 "간호법안 관련 보건의료단체와의 협의와 소통을 촉구할 계획이었지만 간협은 간호법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국회 상황에 정통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대안 논의를 위한 의협과 간협 간 눈치싸움이 치열한 상태"라며 "이번주가 대안 논의를 위한 피크로 보이고 다음주 11일까진 눈에 띄는 성과가 있어야 대안 통과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