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 배경, 초저출산에 코로나로 ‘결정타’

- 코로나 이후 개업보다 폐업이 15% 더 많아... 폐업 331곳·개업 287곳
- 소청과의사회, 요양병원·미용·통증 등 일반진료 트레이닝 1년간 지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폐과 선언을 접한 일반 시민들의 불안감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소아진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의 소아의료 이용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상황을 점검한다며 국민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이미 지금도 소아진료가 대란을 겪으며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소청과의사회가 전문적인 소아진료를 포기하겠다는 소식을 전하자 부모들의 걱정이 증대되고 있다.

과연 오랜기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소정과를 업으로 삼고 이어오던 의사들이 소청과를 포기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가장 큰 이유로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을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저출산 현상이 가장 급격하게 이뤄지는 국가다. 2016년부더 2020년 동안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연 평균 10%, 출산율도 연 평균 8%씩 감소했다.

올해 2월 통계청의 잠정 통계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출산율은 0.78명으로 2021년의 0.81명보다 더 떨어졌다. 1970년 관련 통계가 처음을 작성된 이후, 최근에는 매년 최저치를 수립하며 갱신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아동의 총 인구수도 줄어들었다. 만 0세에서 19세까지의 아동 수는 2010년 1,200만 명에서 2020년 800만 명으로 연평균 2.7%씩 줄어들었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보장연구부의 ‘한국 소아청소년과 진료비 경향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모든 진료과 중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건수 감소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여파로 2020년의 전체 진료과의 진료건수는 2019년 대비해 14.3%가량이 감소했는데, 소청과의 경우 약 46.7%가 감소하며 다른 과보다 3배 이상 극감했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전체 진료과의 진료비는 0.5% 증가한 것에 비해 소청과는 진료비도 26.6% 감소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환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호흡기계 질환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 반면 내분비·영양 및 대사질환과 주산기 관련 질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의원급 소아청소년과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호흡기계 질환 비중의 감소와 생활 방역의 습관화로 인해 의원급 소청과의 위기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다.

최근 몇 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지다 보니 소아청소년과의 폐업도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공개된 ‘요양기관 개·폐업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개설된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수는 519개인 반면 폐업한 소아청소년과는 550곳으로 폐업한 소청과 병·의원이 더 많았다.

2018년부터 2022년에 이르기까지 개설괸 병의원 수는 2018년 122곳, 2019년 114곳, 2020년 103곳, 2021년 93곳, 2022년 87곳으로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폐업한 곳은 2018년 121곳, 2019년 98곳, 2020년 154곳, 2021년 120곳, 2022년 57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 이후 2020년 이후 살펴보면 개업은 287곳 폐업 15%(44곳) 더 많은 331곳이다.

이처럼 미래가 암담하다 보니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2020년에는 소청과 지원율이 각각 80%, 74%로 미달되는 추세였지만 크게 미달되지는 않았다. 물론 당시에도 소청과 전공의 충원율이 낮아져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2021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38%에 그치더니 2022년에는 27.5%, 2023년에는 15.9%까지 떨어지며 대부분의 의사들이 기피하는 기피과로 낙인찍혔다.

물론, 소청과의사회가 폐과를 선언했다고 해서 지금 당장 전국의 소아과 병·의원이 사라지거나, 소청과 전문의 배출 자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청과 개원의들은 더 이상 소아진료만으로는 의원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고, 소아 진료가 아닌 성인 진료 영역으로 이동하겠다는 방침을 다소 극단적인 단어인 ‘폐과’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소청과의 노키즈존으로 탈출은 과장이 아니다. 소청과의사회는 활동 회원 약 3,000명 중 이미 90%가 폐업 또는 소청과 간판만을 유지한 채 성인 환자를 진료하는 등 소아 진료를 포기했고, ‘노키즈존’으로의 이동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도 내과, 통증의학과, 피부과 등으로 개원하기 위해 타과 학회 수련을 받는 전문의가 수가 전체의 10~30%에 이른다고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소청과의사회는 폐과 선언 이후 트레이닝 센터를 통해 요양병원에서 촉탁의로 근무하거나, 미용 또는 통증 클리닉 등 소청과 의사들이 원하는 진로로 전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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