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추간판치환술 도중 내시경 삽입하다 신경 손상... 환자, ‘의료과실’ 주장
- “수술기구 잘못 조작하는 등 주의의무 게을리해 신경 손상”
허리 수술 과정에서 수술 기구를 잘못 조작 하는 등의 실수로 환자의 신경에 손상을 입힌 의사에 대해 법원이 의료과실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환자 A씨와 가족들이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1억 3983만 원, A씨의 배우자에게 500만 원, A씨의 자녀에게 300만 원 등 총 1억 4783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4월부터 2017년에 이르기까지 욕실에서 넘어진 뒤 생긴 허리 통증으로 B씨가 운영하는 C병원에서 인공추간판치환술 등 총 5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문제가 됐던 수술은 마지막 5번째 수술로, 요추 4~5번에 대한 내시경 수핵제거술, 추간공성형술, 고주파열치료술을 시행한 뒤 A씨의 왼쪽 발 부분에 ‘족하수’ 증상이 나타나는 부작용이 일어났다.
족하수란 근육 이상이나 신경의 압박 혹은 손상으로 인해 근육이 약화되어 발목을 들지 못하고 발등을 몸 쪽으로 당기지 못하며 발이 아래로 떨어지는 증상이다.
이후 B씨는 A씨와 수술경과에 대한 대화 과정에서 “내시경이 들어가는 도중 신경 하나가 손상을 입었다”고 설명했고, A씨는 정상적으로 걷기가 어려워지고, 족하수 증상도 치료되지 않고 남아있자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며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의료관련단체로부터 전달 받은 의료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A씨의 증상은 B씨나 C병원 의료진이 5차 수술 시 수술기구를 잘못 조작하는 등 주의의무를 게을리해 신경을 손상시킨 탓에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라며 민법상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법원은 “신체감정의는 ‘신경근의 손상이 5차 시술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밝혔고, 결국 수술 중 발생한 신경 손상을 그 원인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B씨 본인도 A씨 측에 ‘5차 수술 과정에서 신경을 손상시킨 잘못이 있음’을 수차례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진료기록감정의에 의하면, A씨처럼 넘어져서 허리와 다리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신경학적 이상이 없으면 약 6주간의 보존적 치료나 비수술적 시술 후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B씨가 보존적 치료 등을 아예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인공추간판치환술을 시행한 것은 과잉진료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A씨의 일실수입(잃어버린 장래의 소득) 7620만 원을 비롯해 기왕 치료비(이미 들어간 치료비) 2892만 원, 향후 치료비 1273만 원, 지팡이·고정형 보조기와 같은 보조기구비 196만 원 등 모두 1억 1983만 원을 재산상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위자료는 A씨에 대해 2000만 원, 배우자에 대해 500만 원, 자녀에 대해 300만 원이 인정됐다. 이에 B씨가 A씨에게 배상해야할 총 금액은 1억 4783만 원으로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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