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흡곤란 등 증상으로 응급실 내원환 환자, 저산소성 허혈성뇌손상으로 사지마비
- 서울고등법원,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의료진 과실 인정
- “정확한 검사로 파악하지 않고 퇴원 조치한 의료진에 과실 있어”
법원이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이며 응급실로 내원한 응급환자에 대해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지마비에 이르렀다며 A씨가 병원 측에 제기한 2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중 일부를 인정했다. 1심에서는 기각되었으나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응급실 방문 직후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A씨에게 발생한 사지마비의 책임을 물어 B병원을 운영하는 C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된 손해배상에서 환자와 그 가족에게 5583만 9981원과 그 지연이자까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애당초 고혈압으로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던 환자였다. 그러던 중 움직일 때 숨이 차는 증상과 하복부 팽만감이 극심하자 지난 2019년 12월 7일 오후 1시 31분경 B병원 응급실을 내원했다.
A씨의 상태를 확인한 B병원 의료진은 산소를 투입하며 산소포화도의 변화를 체크하고 동맥혈가스 검사, 심전도 검사, 흉부 X-ray 검사, 기본 혈액 검사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CK-MB(크레아티닌 키나제)가 참고치를 초과했고, Pro-BNP(Brain Natriuretic Peptide) 수치가 1,403pg/ml, D-dimer 수치가 7.22mg/L로 정상범위를 초과했다. 흉부 X-Ray 검사에서는 심장 비대 외에 다른 이상 소견이 없었다.
산소포화도 역시 80%대 중후반에서 90% 사이를 계속해서 오갔다. 이에 의료진은 산소 투입량을 조절하며 추이를 살폈다. 기록에 따르면 오후 3시에 기록한 산소포화도는 88~89%였으나 오후 4시 19분 경에는 83~85%로 급감했다. 이후 오후 5시 경 91%로 회복하자 의료진은 오후 5시 13분경 A씨를 심부전으로 진단내리고 외래 진료 일정을 잡아준 뒤 퇴원시켰다.
그러나 퇴원 설명을 들은 A씨는 화장실로 향했다가 오후 5시 31분경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A씨는 호흡곤란을 호소했으며 대화도 가능했고 의식 소실도 없었다. 이에 의료진은 산소를 투입하면서 오후 5시 46분경 A씨를 내과 중환자실에 입원시키기로 결정하고 5시 50분부터 심전도 검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A씨의 산소포화도가 상승하지 않으며 오후 6시 3분 혼수상태에 빠졌고 이에 의료진은 기관 내 삽관을 진행해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다. 이후 오후 6시 17분 맥박이 촉지되지 않자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오후 6시 21분 자발적 순환상태로 회복됐다.
오후 7시 1분 의료진은 흉부 CT 검사를 시행했으며 그 결과 폐색전증으로 진단한 후 헤파린을 정맥으로 투여했다. 이후 A씨는 오후 8시 55분경 외과 중환자실로 입실했지만 혼수상태가 이어져 오후 11시 45분에 A씨에 에크모(ECMO) 치료를 시행했다.
B병원 흉부외과 의료진은 12월 9일 순환기내과 의료진에게 관상동맥조영술을 의뢰해 10일 시행됐다. 그 결과 A씨를 관상동맥 협착으로 인한 불안정형 협심증이 진단됐다.
A씨는 12월 16일 뇌 MRI 검사에서 양측 대뇌기저핵과 해마, 소뇌 반구의 허혈 손상으로 인한 세포 독성 및 혈관성 부종 소견을 받았다. 이후 2020년 1월 2일 D요양병원으로 전원했으며 이후 발열과 산소포화도 저하 소견으로 B병원에서 흡인성 폐렴 치료를 받은 후 다시 퇴원해 요양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A씨는 저산소성 허혈성뇌손상으로 인한 중증의 이식저하와 사지 마비 상태다.
이에 A씨와 가족들은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폐색전증을 신속하게 진단하지 못했고, 제때 응급처지도 받지 못해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다며 B병원이 운영흐난 C병원을 상대로 2억 1032만 3663원과 이에 따른 지연이자까지 청구했다.
지난 2022년 6월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진들이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오비이 잖고, A씨의 악결과를 이유만으로 의료진과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고 측의 항소로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1심과 전혀 다른 판결을 내렸다. 호흡곤란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충분한 검사 결과를 실시하지 않아 조기 진단이 늦어졌으며 이는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의료진은 심초음파 검사, 흉부 CT검사, 관상관상동맥조영술 등 정확한 진단을 위한 추가 검사를 하지 않은 채 원고를 퇴원 조치했다. 그 결과 원고가 증상에 부합한 적절한 치료를 적시에 받지 못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었다고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진단 및 퇴원 과정에서 과실은 원고의 손해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의료진은 A씨의 호흡 곤란 증상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한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발병 원인을 심장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질환군을 통칭하는 심부전이라고만 진단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흡 곤란만으로 이를 진단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원고가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인자인 고혈압을 갖고 있다는 점, 움직일 때 호흡곤란이 발생하는 게 불안정형 협심증의 주요 증상 중 하나인 점, Pro-BNP 수치가 기준치를 훨씬 초과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의료진은 이를 염두에 뒀어야 한다”고 했다.
호흡곤란의 원인과 증상이 파악되지 않았고 산소포화도도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섣불리 퇴원 조치를 내렸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증상과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퇴원 조치한 과실도 인정된다. 또한 감정의가 산소포화도가 최소 90% 이상은 유지돼야 통원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원고는 인위적인 산소 투입이 없으면 90% 이하로 하락했다. 통원치료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원고를 퇴원하게 한 것은 의료진의 잘못”이라고 했다.
반면 원고가 화장실에서 쓰러진 이후 실시한 산소 공급, 기관 내 삽관과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 과정에서 의료진 과실은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 측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한 후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의료진 과실과 악결 간 인과관계를 인정해 C학교법인이 5583만 9981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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