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응급실에서 폐암 조기발견 못한 병원에 17억 원 배상” 판결

- 두통 증세로 응급실 방문 환자에 종괴, 혈관 의증 확인했지만 별다른 조치 안 해
- 11개월 후 다른 병원서 흉부 종괴 발견... 폐암 진단
- 법원 “의료진이 추가검사 하지 않아 폐암 조기 발견 기회 놓쳐”

법원이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에 검사를 실시해 의심 증상을 발견하고도 폐암을 조기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톨릭대 성모병원이 환자에게 17억 원의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최근 법원은 의료진의 의료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및 민사손해배상 책임을 의료진과 병원측에 잇따라 부과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환자 A씨가 과거 치료받았던 가톨릭대 성모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지난 2018년 1월 두통증세를 겪다 가톨릭대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흉부 방사선 촬영검사를 받았다. 이 검사에서 의료진은 당시 A씨의 좌측 폐문부의 종괴 혹은 뚜렷해보이는 혈관의증을 확인했으나 이 사실을 A씨에게 알리지 않았고, 추가 검사도 즉시 실시하지 않았다.

이후 입원이나 별다른 추가 의료행위 없이 퇴원한 A씨는 11개월이 지나 다른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흉부에 종괴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는 흉부 CT 촬영ㅇ틀 통해 폐암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는 가톨릭대병원 의료진이 일찍 혈관 의증을 알렸다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고, 해당 암이 뇌와 우측 부신으로 전이될 일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의료진의 과실로 병세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료진에 “사건 병변에 대해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병변이 발견된 사실과 추가 검사여부, 치료 방법과 예후 등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병원과 보험사를 합해 총 88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병원 측은 A씨의 주장에 대해 “당장 폐암을 의심해야 하는 병변이 아니라 추후 경과 관찰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 소견이었다”며 “2018년 1월경 상황으로는 폐암으로 진단하고 추가검사까지 했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병원 측의 주장을 기각하고 손해배상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미 흉부 방사선 검사 결과 폐암을 의심할만한 병변이 확인된 이상 위 병변이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명확히 진단하기 위해서 흉부 전산화 촬영 등 추가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것이 당시 의료기관, 임상의학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병원 의료진 측이 당시 추가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A씨가 폐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의료진이 A씨를 처음 검사했을 당시 폐암을 진단하고 관련 치료를 시작했더라도 병이 완치되었거나 뇌와 우측 부신 전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해 병원 측의 손해배상을 88억 원의 30% 수준인 17억 원으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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