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으면 천국간다’ 사이비 교주 말에 73명 집단 아사

- 암매장지서 사흘간 73명 시신 발굴... 교인 212명 아직 행방불명
- 루토 케냐 대통령 “사이비 교주. 테러리스트와 같아” 비판

동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케냐에서 기독교계 사이비 종교 사건으로 집단 아사사건이 발생해 현지 경찰에 의해 대대적인 시신 발굴 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지금까지 총 73명의 시신이 확인됐다. 사이비 교주의 ‘굶어 죽으면 천국 간다’는 설교에 의한 사망자로 보인다. 해당 교주는 6년 전에도 어린 신도들의 등교를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 : 로이터통신

25일 로이터,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케냐 경찰이 동부 항구도시 말린디 인근 샤카홀라숲에서 기쁜소식국제 교인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총 73구 수습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47구의 시신이 수습된 것에 이어 이날 26구의 시신을 추가 수습한 것이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자펫 쿠메 케냐 경찰청장은 사망자 대부분이 집단 묘지에서 발견됐으며, 이들 중 8명은 인근에서 수척한 모습으로 구조됐으나 병원 이송 도중 혹은 이송 후 사망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일부 시신은 샤카홀라 숲 내에 있었고, 매장되지도 않았었다”고 전했다.

시신 발굴 작업이 속도를 붙으면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병원에 상황실을 마련한 케냐의 적십자사는 자체 조사 결과 총 212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이며, 2명은 가족과 재회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경찰에 구조된 교인도 33명에 불과해 상당수의 교인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샤카홀라 숲 일대에서 은신하며 자신들만의 집단 금식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4일 경찰에 집단 아사 사실을 최초 신고한 인권단체 ‘하키 아프리카’는 구조된 교인들도 식사를 거부하고 있으며, 숲속에 은신하고 있는 교인들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쁜소식국제교회의 매겐지 은텡게 목사는 지난 15일 ‘예수를 만나기 위해 굶어 죽으라’라고 종용과 세뇌를 통해 4명의 아사자를 낸 혐의로 구속 수감되어 있다. 말린디 지방법원은 은텡게 목사를 상대로 14일간 구속 수사 영장을 발부했다. 구속된 은텡게 목사도 현재 물과 음식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비 종교 집단에서의 집단 아사사건이 터지자 케냐 전국이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윌리엄 루토 대통령은 이날 수도 나이로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이비 교주들은 테러리스트와 다름이 없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루토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은 종교를 이용해 악랄한 행위를 벌여오고 있다”며 “은텡게와 같은 사람들은 정확히 테러리스트와 같은 일을 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종교 문제 담당 기관들에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과 진상을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며 “종교를 악용해 인명 손실을 초래하고 용납할 수 없는 사상을 전파하는 자들을 발본색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은텡게 목사가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신도들을 학대했음에도 어떻게 교회 운영을 지속할 수 있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은텡게 목사는 2017년 "성경 말씀엔 공교육이 없다"며 신도들에게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말라고 설교한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달에도 2명의 아이를 굶겨 죽인 혐의를 자수해 구속 기소됐지만 보석금 10만실링(약 97만 원)을 내고 풀려났다.

아마슨 킨기 상원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처럼 상당한 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실행된 극악무도한 범죄가 어떻게 수사 당국의 레이더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가, 특히 국가정보국(NIS)과 지역사회 치안 체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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