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전공의 징역 3년… 처벌불원서에도 법원 “동료 감싸기, 조폭식 문화”

피해자들 처벌불원서 제출했지만 법원 “동료의식에 의한 왜곡” 판단
재판부 “공개 사과·진정한 반성 부족…스토킹·명예훼손 해당”
의료계 “2000명 증원 강행이 근본 원인…징벌적 판결” 반발

서울중앙지법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에 불참한 동료 의사·의대생 명단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기소된 전공의 류 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피해자들이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음에도,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류 씨는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20여 차례에 걸쳐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해외 사이트에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적용된 혐의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이다.

임혜원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부장판사는 1심 판결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단순한 의사 집단 내부의 갈등을 넘어서 피해자들에게 장기간 심각한 고통을 안겼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처벌불원서도 배척…“조폭식 동료의식”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제출한 처벌불원서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피해자들이 다시 의료계에서 비난받는 것을 우려해 탄원서를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위법을 저질렀더라도 의사라는 이유로 감싸는 비뚤어진 동료의식은 조폭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을 언급했다.

또한 법원은 류 씨가 수감 생활 중 140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하고 “의사라는 직업에 먹칠을 했다”며 참담함을 토로했지만, “피해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았고 출소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며 진정성을 의심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류 씨를 ‘희생된 의인’으로 미화하는 현상도 문제 삼았다.

법원 “스토킹·명예훼손 해당”

법원은 류 씨의 행위가 정당한 문제 제기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의료계 현안이나 정부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해자를 괴롭힐 의도로 명단을 확산시킨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누구나 명단을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었고, 피해의 범위와 시간적 제약이 없었으며 피해자 수도 많았다”며 행위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의료계 “징벌적 판결…항소심서 재평가해야”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충청남도의사회는 “비록 류 씨가 원색적 공격을 했더라도, 근본 원인은 윤석열 정부의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에 있다”며 “중국에 기술을 유출한 대기업 부사장이 징역 1년 6개월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이번 판결은 징벌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도 “사법부가 의정 갈등이라는 사회적 맥락을 무시한 채 과도한 형을 선고했다”며 “법리를 무시한 정치적 판결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일부 의사단체는 항소심 대응을 위한 법률팀을 꾸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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