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도한 특혜라는 시비와 보건의료인 업무 범위와 면허 체계는 대혼란을 맞고 붕괴하는 상황이 도래
- 저수가와 구조상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숙달된 보조인력으로 땜질하듯 버티려 하는 관행이 문제
최근 의료계에서는 의료법과는 별도로 간호 인력의 자격과 업무, 업무 환경 개선, 인력 양성에 대한 내용을 담은 '간호법' 개정을 앞두고 찬반양론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간호사 단체는 간호법이 전문적인 간호 서비스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그 외의 다른 의료계 단체들은 간호사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법안이라며 반대에 나서고 있다.
이에 위드 코로나 이후 감염 환자 급증으로 병상 부족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의료계의 갈등이 의료 현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간호법의 등장 배경
이들 법안은 의사 중심으로 업무체계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을 그대로 간호사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다양한 분야의 간호인력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간호사 관련 규정을 담은 의료법은 의사 중심이라, 보다 고도화·전문화된 서비스를 위해 독립 법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입법 된 것이다.
그동안 간호사의 업무범위, 근무여건 개선, 간호사 수급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은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본격적으로 국회에서 심의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간호 인력의 열악한 근무여건, 인력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최근 들어 다시금 간호법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세계 90개 국가에 존재하는 간호법이 우리나라에만 없다. 일본과 대만의 경우도 의료법과 함께 간호사법을 별도로 시행 중에 있다”(간호사협회)
◆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 관련 규정
현행 의료법에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조산사 등 5대 의료인 관련 법 조항이 하나로 묶여 있다. 이중 간호사와 관련한 법률은 1951년 제정된 의료법에 끼어있을 뿐 아니라, 11개 부처에서 간호사와 관련된 정책을 나눠서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등 대부분의 전문 직종은 단독법이 존재하지만, 유독 간호사는 간호법이라는 독립된 법안이 없어서 업무의 영역 자체를 규정하기 힘들다고 간호사협회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간호사협회의 주장
대한간호협회, 대한조산협회 등 간호단체에서는 고령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 등으로 간호인력의 중요성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법률 미비 등으로 간호인력은 여전히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간협은 간호사 수가 40만 명으로 의사 인력의 3배에 달하는 상황이 된 만큼 간호 업무를 명확히 하고, 양질의 간호인력을 교육 및 수급하기 위해 의료법에서 간호사를 분리해 독립된 법안 자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간호사 1명당 담당 환자 수,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영역 분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을 포함한 비의료인의 업무영역 분리, 조직문화 개선 등을 통해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 다른 의료계의 격렬한 반대에 갈등 심화
그러나 간호법 국회 심의를 앞두고 간호사를 제외한 의사와 치과의사,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 등 모든 보건의료단체는 하나가 돼 간호법 제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 10개 보건의료단체는 22일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간호사만을 위한 단독 법률 제정은 과도한 특혜라는 시비와 보건의료인 업무 범위와 면허 체계는 대혼란을 맞고 붕괴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 간호사 단체의 이기주의와 일부 정치인의 인기영합적인 오판에 편승해 간호법 제정이 이뤄지면 향후 닥칠 효과는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체계 붕괴와 정부 통제가 불가능한 불확실한 상황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경남의사회)
◆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 보건의료체계의 혼란 우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 등 10개 의료계 단체는 국회에 법안 폐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간호법 제정이 보건의료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도한 현행 의료법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의 엄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간호사 관련 법안을 별도로 떼어내면 특정 직역의 이익만 대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회는 특정 직역의 이익을 주로 대변하는 입법을 별개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보건의료인 지원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모든 보건의료인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의협 등 10개 단체)
- 진료의 보조→'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의 문제점
의사협회에서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지점은 현행 의료법 제2조에 명시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에서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뀌는 부분이다.
이들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진료의 보조'에서 '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뀌게 된다면 의사 고유의 영역인 환자 진료, 처방의 영역을 침탈할 수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간호사가 진료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게 된다면, 해석하기에 따라 극단적인 경우 간호사가 의료기관을 단독으로 개원할 수 있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법에 간호사의 역할은 '진료보조인력으로 진료의 보조 업무 수행', '진료의 보조'라고 명확히 명문화돼 있기 때문에 앞에 '전문'이 붙는 '전문간호사'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특정 업무에 전문적으로 숙달된 간호사라고 해도 다른 직역을 대신할 수는 없다. 국회는 오히려 이를 지키고 강화해야 할 의무가 있다”(대한개원의협의회)
- 간호조무사가 아닌 '간호사를 의무적으로 고용'의 문제점
의사협회는 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아닌 간호사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다.
“제정안의 내용 중 간호사의 임금, 근로조건 지침 마련, 의료기관의 간호사 확충 관련 규정은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에 반한다. 특정 직역 이익 실현을 위한 조항이 있어 문제가 많다”(의사협회)
- '간호조무사 및 요양보호사를 간호사의 지도 및 감독하에 두도록'의 문제점
간호조무사협회와 요양보호사 단체들 역시 반발에 나섰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안에 담긴 '간호조무사 및 요양보호사를 간호사의 지도 및 감독하에 두도록 한다'라는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발의된 간호법은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 위에 간호사가 군림하며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아닌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간호, 진료보조, 보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간호조무사협회)
- 요양보호사협회도 반대
“요양보호사는 노인복지법에 자격 취득과 직무범위가 정해져 있고, 의료 및 간호인력이 아니다. 간호 영역과 별도의 직종인 요양보호사를 간호법안에 포함시키지 말아달라.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조무사와 요양보호사가 간호사의 보조인력으로 전락할 것이다”(요양보호협회)
-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개정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비교가 힘든 저수가 문제와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상의 문제가 깔려있다. 저수가와 구조상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숙달된 보조인력으로 땜질하듯 버텨왔기 때문이다. 특정 직역에 치우치는 무리한 입법은 대한민국 의료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경고한다”(대한개원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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