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구]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의 문제점!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

- 의료 정보 전산화로 인해 여러 가지 위험성과 그 폐해가 상당히 심각할 것으로 예상
- 민간보험사가 이를 상품설계, 보험금 지급 기준 마련 등에 활용해 보험금 지급거절, 보험 가입 및 갱신 거절, 갱신 시 보험료 인상의 자료로 사용할 우려

21대 국회에서는 보험금 청구 편의성 제고라는 미명하에 실손보험 가입자가 요양기관에 자신의 진료자료를 보험회사로 전자적 전송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5건이 발의돼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등 의약계 5개 단체는 실손보험청구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의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진료비 청구 간소화'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부터 논의가 되어 왔었지만, 현재까지 입법화되지 못한 이유는 의료전산화로 인해 여러 가지 위험성과 그 폐해가 상당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의약 5개 단체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의료 보험에 대한 보건당국의 규제 및 심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단순히 금융상품으로서 금융당국의 규제만 받고 있어 부작용이 심화돼 왔다"라고 지적했다.

◆ 실손보험청구간소화법이란?
실손보험청구간소화는 보험계약자가 의료기관에 보험금 청구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보험사로 전산 전송해달라고 요청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중계기관으로 참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현행 시스템에서는 계약자가 병원에서 직접 서류를 발급받아 보험사에 보내야 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절차의 복잡성과 시간 지연 등의 불편함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수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인 이유
'진료비 청구 간소화'는 이미 지난 정부에서도 보험 가입자의 편의를 도모해 보험금 수령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논의돼왔던 사안이나,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 입법화되지 못한 이유는 의료 정보 전산화로 인해 여러 가지 위험성과 그 폐해가 상당히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의약계도 반대하는 법안
의료계와 마찬가지로 의약계도 실손보험사와 보험 가입자 간 계약으로 이뤄지는 보험금 청구 업무를 의·약사가 대행해야 할 합리적 타당성이 전혀 없는데도 청구 대행을 법제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반대하고 있다.


“이미 약국은 폐의약품 수거에서부터 기본적인 지자체 안전 지원 업무 등 공익을 위해 기여하는 업무가 많다. 여기에 실손보험 청구 대행 업무까지 아무 대가 없이 하라는 법은 수용할 수 없다. 논의의 틀 자체가 비뚤어져 있다. 되레 청구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면 소비자의 분노 화살은 약국으로 향할 것이다. 기본적인 청구 대행 수수료조차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약사)

◆ 의약 5개 단체의 반대 공동성명
이에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의약 5개 단체는 공동으로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었다.

“보험가입자의 편익보다 민간보험사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반대한다”(의약 5개 단체)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
◆ 보건당국의 규제가 필요한 실손의료보험
실손의료보험은 공보험인 건강보험만으로는 보장되지 못하는 의료영역, 즉 자기부담금과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보장을 내세우며 활성화된 보험으로써, 보건당국의 규제가 필요한 보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보건당국의 규제 및 심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단순히 금융상품으로서 금융당국의 규제만 받고 있어 부작용이 심화돼 왔다”

◆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이 자명
이런 상황에서 의료 정보의 전산화 및 개인의료정보의 민간보험사 집적까지 이뤄진다면, 결국 의료민영화의 단초가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의료민영화의 첫 단계가 민간보험사가 의료기관 등 의료공급자를 하위 계약자로 두고 수가계약 및 심사 평가를 통해 통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인데, '진료비 청구 간소화'는 개인의료정보가 민간보험사에 축적되고, 데이터베이스화됨으로써 결국 의료기관이 민간보험사의 하위 계약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된다”(의약 5개 단체)

◆ 민간보험사의 남용 우려
또한 의료계는 전산화된 개인의료정보를 축적한 민간보험사가 이를 상품설계, 보험금 지급 기준 마련 등에 활용해 보험금 지급거절, 보험 가입 및 갱신 거절, 갱신 시 보험료 인상의 자료로 사용할 것임이 분명한 점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진료비 청구 간소화를 통해 소액 보험금의 청구 및 지급을 활성화한다는 민간보험사의 주장과 상반될뿐더러 오히려 보험금 지급률을 떨어뜨려 국민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의약 5개 단체)

◆ 현실적 비용의 문제
환자 및 보험사의 요청에 따라 진료기록을 전자적 형태로 전송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은 진료기록을 전자적 형태, 즉 전자의무기록의 형태로 생성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비용 발생에 관한 문제가 생기는 것도 반대 이유로 꼽히고 있다.

“각 의료기관이 EMR 시스템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의료법에 따라 이를 안전하게 관리·보존하는데 필요한 시설과 장비도 갖추어야 한다. 즉, 전자의무기록 생성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초기 비용과 유지·관리 비용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의원급 의료기관은 이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의약 5개 단체)

◆ 종국에는 보험료 인상을 초래
전자적 전송을 의무화하기 위해서는 비용과 관련한 제반 문제에 대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비용은 보험계약의 당사자이자 청구 간소화로 인해 비용 절감으로 이익을 얻게 되는 민간보험사가 부담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민간보험사의 보험료 인상을 초래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입법 목적보다 더 큰 위험성

결과적으로 환자의 진료정보, 즉 개인의료정보를 민간보험사에 전송하는 것은 단순히 자료를 전자적 방식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료정보를 전산화함으로써 방대한 정보를 손쉽게 축적 및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에 그 위험성이 목적에 비해 매우 크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내용으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소비자이자 보험 가입자의 입장에서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논의가 이뤄졌음에도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의약 5개 단체)

◆ 현실적으로 수정이 필요
정부가 진료비 청구 간소화 제도를 추진하는 것이 진정 국민 편의를 위해서라면 진료비 청구 간소화보다는 일정 금액 이하의 보험금 청구 시 영수증만 제출하도록 하고, 현행 의료법에서 가능한 범위의 민간 전송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활성화하며, 더 나아가 실손의료보험의 지급률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위해 지급률 하한 규정을 법제화하고 보건당국의 실손의료보험 상품의 내용 및 보험료 규제를 현실화하는 것이 더 실효적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동일한 내용으로 발의되어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에도 적극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해당 법안의 철회 및 올바른 해결책을 모색할 것이다”(의약 5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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