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건’ 피의자 신분 전공의 “보호자 고발도 없는데 수사... 진료 보기 어렵다”

- “자살 징후 환자인 만큼 보호자 동의 얻어 폐쇄 병동있는 병원으로 전원시킨 것”
- “경찰, 환자 귀찮아서 진료거부했다는 이유로 수사”

대구에서 10대 여성이 추락해 중상을 입었으나 병원으로 향하지 못하고 도로를 전전하다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용 거부를 한 병원의 한 전공의를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6일 의료 관계자에 따르면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3년차인 A씨는 오늘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다친 환자들이 쉴 새 없이 몰려드는 응급실에서 어떻게 환자를 봐야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병원의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진료하고 생명을 살리는 보람으로 지금까지 전공의 생활을 버텨왔으나 최근의 일로 인해 동력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A씨는 최근들어 경찰 수사의 대상이 됐다. 지난 3월 구조대에 실려온 응급환자를 진료하지 않고, 진료거부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수사를 관할하고 있는 대구북부경찰서는 A씨가 초기 대처에 미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환자를 초진했으니 환자에게 CT 등 정밀검사를 하지 않은 채로 다른 병원으로 전원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A씨는 이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A씨는 자신이 배운대로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고, 올바른 조치를 했으나 사회는 A씨를 ‘진료가 귀찮은 돌팔이 의사’ 취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A씨의 병원으로 처음 도착했을 때 A씨는 환자와 가족들의 문진 결과 자살 시도를 한 징후자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A씨는 “최근 이전에도 아무도 없는 폐건물에서 뛰어냈다는 것과 ‘죽고싶다’, ‘자퇴하고 싶다’ 등 비관적인 이야기를 자주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환자 역시 낙상에 의해 우측 다리 골절이 의심됐고 무엇보다 자살징후자인 만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A씨는 판단했다. 보통 자살 징후가 명확한 환자들은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육체적 치료와 정신적 치료가 병행되지만, 파티마병원의 경우 폐쇄병동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몇 년 전에 병원에서 자살 기도 환자를 수용했다가 결국 환자가 병원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은 폐쇄병동이 있는 병원으로 전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에게 전원 이유를 정확하게 설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당시 병원 상광과 전원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의견 모두 환자 어머니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입원 자체가 힘들다보니 폐쇄병동이 있는 상급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드렸고, 어머님도 동의해 전원이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환자가 전원된 직후 해당 환자가 사망하면서 A씨가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이다. 경찰 측은 응급의료법 제6조 2항을 들어 A씨가 ‘응급의료 거부 금지’ 조항을 어겼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의 제48조 2 내용을 자세히 보면 해당 법률은 응급의료기관과 의료인에게만 환자 수용 의무를 일방적으로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

제48조 2의 1항에는 응급환자 등을 이송하는 자는 이송하고자 하는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 능력을 우선 확인하고, 환자의 상태와 이송 중 응급처치의 내용 등을 미리 통보해야 한다. 즉, 병원과 의료진의 책임에 앞서 응급환자를 해당 병원이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송 과정에서 미리 확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대구파티마병원은 응급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정보를 응급의료정보상황판을 통해 공지하고 있었으나 구급대원이 이를 확인하지 않고 환자를 이송해왔다.

A씨는 “원칙과 절차대로 했을 뿐인데 내가 잘못했다고 하니 마음이 무겁다. 수사 과정에서 초진의사라는 이유로 환자를 내가 죽음으로 몰아간 것 같은 전제가 짙게 깔려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수사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심지어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귀찮아서 환자를 받지 않고 돌려보낸 것이 아니냐’, ‘응급의학과 선생님이 이후에 진행될 환자의 정신과치료를 왜 신경쓰느냐, 그건 가족의 몫 아니냐’ 등의 발언을 들은 A씨는 그 자리에서 무너질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응급의학과 특성상 병원의 최전선에서 밤낮을 지새워가며 응급실을 지키고, 환자들을 진찰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소명으로 생각하며 일해왔으나 환자 사망 사건 앞에서 이런 소명따위는 사치가 되는 순간이었다. 병원과 진료 밖에 모르던 대구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수차례 이어진 경찰 조사는 현실이었다.

A씨는 “수사를 받으며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분명 현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소신껏 진료해왔는데 이런 것들이 한순간에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고 현재 심경을 털어놨다.

아울러 그는 “결과론적으로 환자가 사망하는 등의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장의사들이 가해자로 구속되거나 수사받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응급실에서 하루에도 몇 분씩 돌아가시는데 이제는 진료를 보기 겁난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2023년 전반기 응급의학과 전공의 충원률은 85%에 그쳐 만성적인 미달이 이어지고 있고, 심지어는 빅5병원으로 불리는 가톨릭중앙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도 미달사태가 이오지고 있는 실정이다.

A씨는 “현재 우리 병원에도 응급의학과 1년차 전공의가 없는 상황”이라며 “안그래도 전공의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흔드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향후 응급의학과 기피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대구파티마병원 측도 전공의를 구하는 것에 더욱 어려움이 겪을 것이 불 보듯 뻔해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대구파티마병원 최규일 응급의학과장은 “현 사건의 본질은 필수과 부족으로 인한 응급환자 수용의 한계가 시속되고 있고, 그런 사례들이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에 있다”며 “하지만 경찰은 유족의 고발도 없는 상태에서 인지수사를 시작해 전공의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곧 기소여부가 결정된다”고 호소했다.

최 과장은 “잘못된 의료체계의 문제를 전공의 개인 1인에게 형사적 책임을 지우려는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응급의학과를 지원하려는 전공의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현장에서 이탈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도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는 전공의 1인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다. 각 병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행정 처분을 충실히 시행하고, 의료계 내외부적으로 의료체계의 본질적인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경찰의 무리한 수사는 현 의료체계의 해결에 어떤 도움도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