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심혈관중재 전문의, ‘열악한 근무환경’·‘잦은 소송’ 원인으로 꼽혀

- 대한심혈관중재학회, 지방심근경색증 응급시술 공백 현실화 우려
- “심혈관중재시술 분야 수가 인상 등 보험급여 정책 방안 마련 절실”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외과 등 필수의료 전반에서 의사 부족 문제가 깊어지고 잇는 가운데 열악한 근무환경과 잦은 소송으로 인해 심혈관중재시술 전문의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대한심혈관중재학회 기자간담회에서 의료진의 번아웃과 잦은 소송으로 인해 수년 째 신규 인력 진입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심근경색 재개통술 응급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장의 고충이 전해졌다.

심혈관중재학회는 올해부터 심장내과 분과전문의의 부족 문제가 두드러져 전국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62명 배출되던 심장내과 분과전문의는 지속적으로 줄어 2022년 42명으로 줄었다. 이 중 고난도 시술을 전담하고 응급이나 당직이 많은 심혈관중재시술 전문의의 경우에는 2022년 기준으로 28명이 전부다.

지난 1956년부터 1960년 사이에 출생한 1세대 심혈관중재시술 전문의들이 은퇴하는 시기가 찾아오면서 상급종합병원마다 최소 1명 이상이 병원을 떠나고 있지만 신규 인력의 부족으로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영동지방의 유일한 응급시술 병원이었던 강릉의 A병원은 심혈관중재전전문의가 최근 사임하면서 올 3월부터는 영동지방에서 심근경색 환자가 발생하면 영서 지방으로 헬기 등을 이용해 이송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노원구와 상계지역 응급 심근경색증을 담당할 병원이 인력 부족으로 문을 닫으면서 응급환자들이 종로구나 성북구로 이송되거나 심지어는 서울을 벗어나 의정부로 향하고 있다.

심혈관중재학회는 “너무나 긴 근무시간과 이로 인한 번 아웃, 잦은 소송,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에 대한 박탈감 등으로 인해 심혈관 중재시술 전문의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 상황이 계속 되면 은퇴 의사보다 신규 인력 진입이 극단적으로 부족해져 특히 지방에서는 심근경색증 응급 시술 공백으로 사망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또, 정부가 필수의료분야 의사 인력 확충을 위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의료진을 향한 잦은 소송 기조와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 없으면 단순 의대 정원만 늘리는 것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혈관중재학회는 “현재의 과로, 낮은 급여, 높은 소송 등에 대한 해결없이는 간호대학의 정원을 10년간 2배 가까이 늘렸음에도 병원에서 근무하는 현직 간호사가 20%도 늘지 않은 것처럼 실패한 의료정책을 담습하게 될 뿐”이라며 “심혈관중재시술 분야 수가 인상과 당직 근무를 마친 의료진은 최소 24시간 쉴 수 있게 하고, 대기 상태에서도 수당 지급이 가능한 보험급여 정책 등 정부에서 근본적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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