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의대 증대는 결국 총선용…여야, 이성 없어지고 있다"

- 의학회, 이진우 신임 회장 취임식 및 24년도 정기총회 개최
- 정 전 회장 “의사가 되겠다고 준비하는 초등학생이 의대 들어갈 무렵, 대한민국 의료가 완전 붕괴돼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것"
- 이 신임 회장, "의료의 전통과 자부심은 무너지고 그 피해는 모든 국민에게 돌아갈 것"

의학계에서는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정부 및 정치권들을 강력하게 비판하였다. 의대 정원 증원이 가져다줄 부작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번에 다가올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한다는 비판이다.



18일 의학회는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이진우 신임 회장 취임식 및 24년도 정기총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제25대 회장으로 이진우 전 부회장이 취임하였다.

이날 의학회장 자리를 이 회장에게 넘겨 준 정지태 전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전 회장은 “이제부터 의사가 되겠다고 준비하는 초등학생이 의대 들어갈 무렵이면 대한민국 의료가 완전 붕괴돼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정부와 여야 모두 4월 총선만이 문제고 무슨 수를 쓰든 이기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대한민국 인구 소멸까지 걱정하는데 우리는 줄어드는 인구와 비례해 인재의 적정한 배분에 대한 논의도 못하고 있다”며 “무작정 의사를 늘려 국가 산업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학령기에 있는 최상위권 인재 모두를 의사로 만들면 미래 지향적인 산업에 일할 인재는 어디로 가고, 기초과학을 할 인재는 어디서 구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의사에게 희생과 봉사를 요구할 시기는 끝났다”며 필수·지역의료 등 의료 현안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의사를 거론하면 항상 희생과 봉사, 사명감을 앞세우는 정치인·공무원이 많다. 도대체 정부가 의료계를 위해 무엇을 했길래 의사에게 희생과 봉사를 요구하고 ‘사명감으로 일해달라’는 건가.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는 이런 이야기는 그만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정부는 의사의 노력을 어떻게 적절히 보상할 것인지 깊게 고민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그것만이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인데 모두 ‘다른 다리’만 긁고 있다"고 했다.

이어 “연초에 발생한 야당 당수에 대한 테러의 수습 과정을 보면서 지역의료 붕괴를 막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며 “말 잔치일 뿐이지 어디에도 해결을 위한 진정성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의료계는 험한 길을 갈 일만 남았다. 포용과 통합이라는 말을 하지만 그게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에서도 의대 정원 증원 주장이 나오는 상황을 지적하며 "의사 중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어 국민은 묘한 착시현상으로 의료계를 바라보며 의사를 비난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신임 회장도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임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지금 의료계는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의사 확충을 본질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인기 영합에 따라 졸속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이 문제에 대처하지 못하면 그동안 우리가 구축한 선진국 수준의 의료시스템과 선배들이 쌓아온 의료의 전통과 자부심은 무너지고 그 피해는 모든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우리 의료는 수많은 난관과 외부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문제도 여러분의 뜻과 지혜를 모으면 헤쳐 나가지 못할 일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도 축사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과학적·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며 “교육의 질과 의료의 질이 우선이고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해 합의하자고 이야기했음에도 반영되지 않고 있어 매우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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