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 과다 복용하여 사망한 환자...法 "의료진 책임 없음"

- "진료상 과실·지도설명의무 위반 아냐"
- 만성질환이라는 점과 지속적인 치료 및 규칙적인 약물 복용 없이는 재발 및 증상의 악화가 가능함을 설명해
- "추가 처방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정신질환으로 인해 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로 과다 복용하여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였음에도 의료진 측에 손해배상 할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자면 26일 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12부(재판장 정우정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하였다.

A씨는 우울증과 불안장애, 불면증 등으로 2006년 이후 정신과 진료를 받아왔다. 2020년 2월에는 B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공황장애와 우울증, 비기질성 불면증 등의 진단을 받은 뒤 지속적으로 항우울제와 항불안제, 수면제 등을 처방받았다.급기야 같은 해 8월에는 우울증약과 수면제 등이 든 약 30봉지를 술과 함께 복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이후 A씨는 2021년 2월 19일 B씨 병원에서 21일치 약을 처방받았지만, 나흘 뒤 다시 병원을 찾아와 "마을버스에 약 봉투를 놓고 내렸다"며 14일치 약을 다시 처방받았다.그날 저녁 A씨는 거실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호흡곤란 증상을 보였고, 심정지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약물 중독으로 숨을 거뒀다.

A씨의 유족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전력이 있는데도 약물을 과다 처방했을 뿐만 아니라, 약물 부작용 위험도 설명하지 않았다"며 B씨를 상대로 4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하지만 법원은 A씨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 병원 의료진은 매 진료 시마다 만성질환이라는 점과 지속적인 치료 및 규칙적인 약물 복용 없이는 재발 및 증상의 악화가 가능함을 설명하고, 특히 음주하지 않도록 교육했다"며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한 만큼, 진료상 과실이 없다고 봤다.

A씨가 숨을 거둔 당일 약물을 추가 처방한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처방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이와 함께 재판부는 의료진의 지도·설명의무 위반도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봤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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