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용 교수팀, 10년 판례 분석·발표
- 업무상과실치사상 형사사건 6→22건
- 유죄 선고율, 처벌 수위 모두 높아져
- 피고 32% 전공의…유죄 27%도 전공의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긴급 환자들을 진료하였지만 그 결과가 결국 형사처벌로 이어지고 있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어간 형사 사건들은 총 4배에 가까울 정도로 늘어났다. 유죄 선고를 받은 의사들의 비율이 늘어났으며 처벌 수위도 올라가는 추세이다.
서울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임지용 교수 연구팀에서 법원 판결문 인터넷 검색 및 열람서비스를 이용하여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의 응급의료 관련 형사소송 판례들을 총 2,371건을 수집하여 분석해본 결과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2명, 전공의 1명, 변호사 1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수집한 판례 중 응급진료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례를 선별해 분석했다. 연구결과는 ‘응급의료와 형사책임, 그리고 추세’라는 제목으로 대한응급의학회지에 발표했다.
분석결과, 응급환자 진료 결과가 좋지 않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소송이 제기된 사건은 지난 2012년 6건이었지만 2021년까지 22건으로 늘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은 비율도 늘었다. 지난 2012년에는 6건 중 33.3%인 2건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10년 사이 유죄 선고율은 올라가 22건 중 45.5%인 10건이 유죄였다.
유죄가 선고된 10건은 법원이 주의의무 위반과 그에 따른 결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로 바뀐 사례가 4건이었으며 이중 2건은 여러 피고인 중 1명만 무죄를 받고 나머지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무죄였지만 2심에서 유죄로 뒤집힌 사례도 1건 있었다. 위경련 증상으로 온 환자가 특정 주사제를 맞은 후 아나필락시스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한 사건이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이 페니라민과 덱사메타손을 투약한 게 부족한 처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추가 검사도 시행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에피네프린을 투여하지 않은 게 사망원인과 관계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응급의료와 관련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은 의사 중에는 전공의가 많았다. 형사사건 피고인 28명 중 17명(60.7%)이 전문의였고 9명(32.1%)은 전공의였다. 인턴과 일반의도 1명씩 있었다. 유죄를 선고받은 11명 중 3명(27.3%)도 전공의였다. 특히 “2015년 이전 유죄판결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지만 2016년부터는 벌금형보다는 금고유예형 등 더 높은 수준의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현상이 응급실에 국한된 게 아니라고도 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분쟁 조정·중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1년 5건 뿐이었던 의료 관련 형사소송 판례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119.13건으로 늘었다.
연구진은 “프랑스는 지난 26년간 일반의에 대한 형사처벌은 14건에 그쳤고 그 마저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이었으며 영국은 30년간 17건으로 의사 22명이 기소돼 8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미국과 캐나다는 의료행우에 대한 형사처벌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실제로 처벌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한국은 “의료형사범죄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환자 사망이나 상해를 피고인 의사의 잘못에 의해 발생했다는 인과성을 명확히 입증해야 유죄 판결이 난다”며 “환자가 갖고 있는 기저질환, 방문한 응급실 상황, 진료하는 의사의 경험 등과 실제로 의사 과실이 환자 사망과 상해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는가 등을 고려해 판결하는데 판례들을 보면 비슷한 사건이지만 판결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병원 대부분은 법무 관련 팀이 없거나 있다하더라고 실제 재판에 관여하는 곳은 거의 없다”며 “의료분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병원 자체의 법률적 역량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진료기록을 진료 당일 작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응급혼자를 진료하는 현장은 항상 바쁘고 혼잡하지만 가장 주의 깊게 작성해야 하는 것은 재판부가 가장 신뢰하는 증거인 진료기록”이라며 “진료 당일 기록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추가 기록 작성에 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등 여러 정황상의 이유로 진료기록을 신뢰하지 않고 허위기재로 판단해 의료법을 적용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에서 진료기록을 작성해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추후 분쟁이 발생할 경우 추가 작성 기록은 또 다른 의문과 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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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