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충실의무 확대·전자투표 도입 등 주주 권한 강화 핵심
중소 제약사·바이오벤처 경영 부담 커질 가능성 제기
업계 “글로벌 경쟁력 저해하지 않는 지원책 필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 도입, 전자투표 의무화 등으로 주주 권한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는 지난 3일 열린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72명 중 220명이 찬성해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대규모 상장회사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출 수 확대에 관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향후 공청회에서 추가 논의될 예정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상당수는 창업자 또는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쥐고 있으며, 연구개발과 임상시험에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특성상 안정적인 지배구조 유지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책임이 전체 주주에게까지 확대되면서, 오너 중심 경영에 제약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합산을 3%로 제한하는 ‘3% 룰’은 기존에 대주주가 감사위원회에 미쳤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영진에 대한 감사와 견제가 강화되는 한편, 중소기업과 바이오벤처는 새로운 규제에 따른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주주 권한 강화는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의 강화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R&D에 집중해 배당 성향이 낮았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는 단기 실적 중심의 주주 요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상장 바이오벤처는 기술 가치에 기반해 투자받는 구조인 만큼, 실적 압박은 성장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전자 주주총회 도입 의무화, 감사위원 독립성 확보 등 제도적 변화는 중소기업과 바이오벤처의 경영 비용 증가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부 상장 제약사는 상법 개정 이전부터 지배구조 개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를 추진해 왔다. 한미약품, 유한양행, 동아제약, 일동제약, 보령제약 등이 최근 ESG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에 대한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은 자본시장 신뢰 회복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산업 경쟁력 저해 없이 시행돼야 한다”며 “특히 글로벌 기술 수출을 추진하는 바이오기업들이 국내 제도 변화로 인한 혼란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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