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형사처벌 실태 조사 결과 7월까지도 비공개… 환자단체 “정부, 핵심 자료 외면”
‘사법 리스크’ 현실화 주장 속 정부 연구용역 결과 공개 지연
환자단체 “의사 기소 규모 과장됐을 가능성… 신속 공개해야”
의료사고 국가책임 공약 실현 여부, 근거자료 확보에 달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이 고위험 필수의료 기피 원인이라는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발주한 관련 실태 조사 연구 결과가 예정된 기한을 넘겨서도 공개되지 않으면서 환자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핵심 쟁점인 ‘의료사고 사법 리스크’에 대한 근거 자료가 정부 차원의 제도개편 논의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3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보건복지부에 대해 “의료사고 안전망 제도 개선의 중요한 기초자료가 되는 연구 결과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신속한 공개를 촉구했다.
해당 연구는 보건복지부가 의뢰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 중인 용역으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위탁받아 지난 2023년 12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진행했다. 연구명은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현황 분석 및 함의’다.
해당 조사는 의료계가 형사특례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과도한 사법 리스크’를 근거로 제시해온 데 대해, 실제 형사처벌 규모와 흐름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됐다.
특히 최근 보건복지부 내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가 불가항력 사고에 대한 국가책임 및 공공 보상체계 확대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이 연구 결과의 객관성과 시급성이 더욱 부각됐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2024년 5월까지 한 차례 연장된 데 이어, 같은 해 4월 25일 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중간보고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과는 7월 현재까지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환자단체는 “의료계가 주장해온 의사 기소 건수와 실제 수치 간에 괴리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공개 지연을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는 2022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13~2018년 사이 매년 약 755건의 의사 기소가 이뤄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언론 보도와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제 1심 판결이 확인된 형사 기소 건수는 연평균 34건 수준이며, 약식기소를 모두 포함해도 연간 50건 미만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이러한 수치 차이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인식과 정책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자단체는 “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의 국가책임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그 실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도 관련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는 대선 당시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확대’, ‘불가항력 사고 지원제도 개편’,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기능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현재 국정기획위원회가 100대 국정과제 선정을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사의 형사책임 문제를 중심으로 한 형사특례 도입 논의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단순한 연구 차원을 넘어 향후 입법·제도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자단체 측은 “기초 데이터 없이 제도 논의만 앞서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일”이라며, 정부가 정리한 사실관계를 조속히 공개해 국민적 검증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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