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내시경 시술에서 금식 여부 구두 확인, 과실로 인정
"의료진의 합리적 판단에 과도한 책임 묻는 판결"…의료계 우려
응급 상황에서 방어적 진료 확산 우려,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 가능성
최근 비만 치료를 위해 위풍선 시술을 받은 환자가 위천공으로 응급 내시경술을 받던 중 사망한 사건에서 의료진이 민사 소송에 이어 형사 소송에서도 금고 1년형을 선고받았다.
동료 의사들은 이 사건에서 환자의 사망 원인과 의료진의 과실 사이에 명백한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의료사고 재판에 대한 불공정한 판결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의료계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2020년 5월 A씨라는 내과 의원 의사가 비만 치료를 위해 위풍선 시술을 한 환자 B씨가 추적 관찰 중 개인적인 이유로 풍선 제거를 요청하면서 응급 내시경을 결정하게 되었다.
A씨는 환자 B씨의 금식 여부를 구두로 확인한 후 내시경을 진행했으나, 시술 도중 금식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후 A씨는 내시경을 중단했지만, 환자는 회복 과정에서 구토를 하며 흡인성 폐렴이 발생했고, 결국 위천공 소견을 받아 사망하게 되었다.
B씨의 유가족은 A씨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며, 민사 소송에서는 60%의 환자 과실과 일부 의사 과실이 인정되어 A씨가 배상금을 지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은 형사 소송을 진행하여 A씨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과실치사 혐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가 금식 여부를 구두로만 확인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 과정에서 X-ray나 CT 촬영 등 추가적인 검사 없이 구두로 확인한 것에 대해 과실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A씨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고 금고 1년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이 판결에 대해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2심에서 합의를 시도하면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최근 의료계에서 의사에게 불리한 판례들이 이어지면서 의사들이 과도한 배상 책임을 지게 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많은 의사들이 직간접적으로 합의를 요구받았고, 의료사고 재판에서 불공정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학회원들에게 소식을 전하며 탄원서 작성에 동참을 촉구했다. 학회는 재판부가 금식 여부를 구두로만 확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환자의 사망 원인은 위풍선으로 인한 위천공이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학회는 "부검소견서에 따르면 환자의 사망 원인은 위천공으로, 흡인성 폐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주요 사망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금식 여부를 구두로 확인했다고 해서 이를 사고의 원인으로 결론짓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또한 응급 내시경은 출혈이 심하거나 통증이 심한 환자에게 시행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금식 여부와 관계없이 시술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응급 내시경 상황에서는 금식 여부가 절대적인 규칙은 아니며, 충분한 금식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도 치료를 지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응급 상황에서 금식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은 의료계 전반에서 구두로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추가적인 검사 없이 시술을 진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라며, "내시경 시술 전 금식 여부를 X-ray나 CT로 확인해야 했다는 주장은 현실적인 시술 과정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한, "A씨가 내시경 진입 과정에서 금식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을 즉시 확인하고 시술을 중단한 것은 매우 신속하고 적절한 의료적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 판결이 의료진들에게 방어적 진료를 촉진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환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응급 상황에서는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기보다는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의료행위가 우선시될 수 있다면, 이는 결국 국민 건강과 안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A씨의 판결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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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