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증이 출산의 고통 이상 정도라고 알려질 정도로 극심
- 찬바람을 맞으면 통증이 심해져 겨울철에 환자 급증
현대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종류의 통증을 달고 살아간다. 가벼운 통증의 경우 휴식과 진통제로 회복할 수 있지만 만성화로 진행될 경우에는 사회생활 저하와 우울증까지로 이어질 수 있어 통증을 조기에 정확히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중 '삼차신경통'은 그 통증이 출산의 고통 이상 정도라고 알려질 정도로 극심하여 밤에 잠도 이룰 수 없다고 한다.
◆ 극심한 통증의 삼차신경통
몸이 아플 때 통증 정도를 객관화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도 의료계에서는 '통증척도(VAS : Visual Analog Scale·10점 만점)'을 이용해 통증 정도를 대략적으로 수치화한다.
이 VAS에서 가장 심한 통증 점수인 10점 만점을 기록하는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삼차신경통'이다. 참고로 10점은 죽고 싶을 만큼의 통증으로 이해하면 된다. 출산은 보통 8~9점 정도이다.
◆ 삼차신경통이란?
삼차신경은 다섯 번째 뇌 신경으로 세 갈래로 나눠진다고 해 '삼차신경'이라고 불리는데, 얼굴 부위 감각과 씹는 근육, 온도 감각을 관장한다.
두개골 안쪽에서 시작해 이마, 뺨, 턱으로 내려오는 뇌 신경이 해당 주변의 혈관이 뇌에서 갈라져 나오는 신경을 압박하거나 특정 원인에 의해 자극을 받는 경우 삼차신경통이 발생할 수 있다.
삼차신경에 병적인 변화가 생겨 얼굴 감각이상과 함께 씹기 근육의 근력 약화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를 삼차신경병증이라 하고 통증이 주된 증상일 때는 삼차신경통이라고 말한다.
비교적 흔한 뇌신경통으로 연간 인구 10만명 당 4.5명꼴로 발생하며 중년 이후 여성에서 흔한 질환이다. 특히 찬바람을 맞으면 통증이 심해져 겨울철에는 환자가 급증한다.
◆ 삼차신경통의 증상은?
증상으로는 한쪽 입 주위나 잇몸, 치아, 뺨, 코, 이마 등 신경이 분포된 영역에 따라 날카로운 것으로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통증은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양상이 나타나는데 말을 하거나 식사를 할 때, 양치나 세수를 할 때, 혹은 가만히 있을 때 나타나기도 한다. 수초에서 수십 초 동안 반복되며 아주 가벼운 자극이나 접촉만으로도 발생해 일상적인 대화, 식사, 세안 등 행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
초기에는 안면 통증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지만 만성화되면 주기가 짧아지고 통증 정도가 점차 세질 수 있다.
"삼차신경통은 얼굴 부위의 감각과 저작을 담당하는 제5번 뇌신경인 삼차신경이 주변 혈관에 의해 압박되면서 발생한다. 눌린 혈관 박동이 신경에 전달되면 신경이 과흥분되어 통증이 생긴다"(마취통증의학과)
◆ 삼차신경통의 원인은?
삼차신경통 대부분은 동맥·정맥 같은 혈관 압박으로 발생하지만, 10% 미만에서는 뇌종양·뇌동맥류 등에 의해 삼차신경이 손상돼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외상에 의해 뇌신경이 손상을 입은 경우나, 대상포진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중이염이 신경에 침범하는 경우도 있으며, 동정맥 기형, 다발성경화증 등에 의해 삼차신경이 압박되거나 손상되어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삼차신경통 증상은 식사할 때, 물 마실 때 유독 더 심해지기도 하는데 이를 치통으로 오인하고 치과를 찾는 이가 많다. 치과에서 이상한 소견이 없는데도 통증이 계속 지속한다면 신경외과에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신경외과 교수)
◆ 삼차신경통 자가진단법
- 한쪽 얼굴의 특정 부위(뺨, 턱, 코끝, 이마 등)에 통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한 부위에서 발생해 한쪽 얼굴 전체로 퍼지지만 반대편 얼굴에는 발생하지 않는다.
- 통증이 하루 종일 지속되는 것이 아니고 격심한 통증이 수초에서 수분간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 얼굴의 특정 부위를 접촉하거나, 말하거나 씹을 때 통증이 더 강해진다.
- 통증 양상은 칼에 베이는 듯하거나 감전된 것 같고 예고 없이 갑자기 발생한다.
- 일반 진통제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다.
- 잠잘 때는 통증이 생기지 않는다.
◆ 삼차신경통의 예방법은?
삼차신경통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없다. 삼차신경의 역할이 통각과 온도감각을 관장하고 있고 갑작스러운 온도차를 겪을 때 통증이 발생하게 되므로, 급격한 온도 변화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 통증의 발생 횟수를 줄일 수는 있다. 그러나 자연히 완치되는 경우는 드물고 원인 질환이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증상을 느꼈다면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통증이 일시적으로 사라졌다고 해도 원인이 해결된 것이 아니며, 뇌종양이나 뇌동맥류 등의 중증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을 것이다"(신경외과 교수)
◆ 삼차신경통의 치료법은?
대부분의 질환이 그렇듯 삼차신경통 역시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특정 질환에 의해 발생한 경우 원인이 되는 질환을 치료하면 되지만, 혈관 압박에 의해 발생한 경우 별도의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보존적 치료의 방법으로 약물 치료를 진행할 수도 있지만 일시적으로 통증을 완화할 뿐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 장기간 복용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미세혈관감압술'을 고려해야 한다.
<미세혈관감압술이란?>
미세혈관감압술은 귀 뒷부분에 4~5cm 가량 절개 후 삼차신경과 뇌혈관 사이에 수술용 스펀지를 삽입한 다음 신경과 혈관을 분리하는 신경외과적 치료법이다. 이는 원인적으로 접근한 치료법으로, 신경을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면 다양한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어 고도의 집중력과 전문성, 수술 경험이 중요하다.
삼차신경통을 치료하기 위한 미세혈관감압술은 80~90%, 안면경련증의 미세혈관감압술은 95% 정도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미세혈관감압술은 수술 합병증이 3% 미만으로 국내외에서 탁월한 수술 성과를 인정받은 수술법이다.
다만 미세혈관감압술을 받았을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수술 후 한 달 동안 코 풀기, 물구나무서기 등 뇌 압력을 올릴 수 있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삼차신경통은 사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은 아니지만 치료 예후가 비교적 좋은 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기 때문에 그중 환자에게 맞는 것을 찾고 알맞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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