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계 최초 ‘돼지 심장’ 인체 이식 수술 성공…이종 장기 이식 수술의 시대 열릴까?

- 동물 장기 이식 시에는 즉각적인 거부반응이 문제인데, 이번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세포 내 당을 제거한 돼지 심장을 사용
- 세계 최초로 이뤄진 이 수술이 앞으로 환자들에게 중요한 새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낙관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남성이 수술 이후 사흘째인 10일(현지시간)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람과 장기 크기나 해부학 구조가 비슷한 것으로 알려진 돼지, 이번 수술 결과에 따라 향후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 메릴랜드 의대는 앞서 지난 7일 심장병 말기 시한부 환자인 57세 남성 데이브 베넷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했으며, 현재 베넷은 자가 호흡이 가능한 상태로 심장박동, 혈압 모두 정상이라고 발표했다.

동물 장기 이식 시에는 즉각적인 거부반응이 문제인데, 이번에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세포 내 당을 제거한 돼지 심장을 사용했다.

메릴랜드 측은 이날 인체 장기를 이식받지 못해 다른 선택지가 없는 베넷으로부터 동의를 받아 수술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31일 ‘확대 접근’(동정적 사용) 조항을 통해 긴급 수술을 허가했다. 이 조항은 심각한 질환 등으로 생명이 위험한 환자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 유전자 조작 돼지 심장 같은 실험적 의약품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 현지매체들은 이번 사례가 이종 장기 이식 수술 활성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해 미 뉴욕대 랑곤 헬스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돼지의 신장을 신부전 증상이 있는 뇌사 환자에게 이식해 면역 거부 반응 없이 작동한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메릴랜드 의대의 이번 수술은 일반 환자에게 적용한 첫 사례로 뉴욕대의 성과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P 그리피스 박사는 “이번 획기적인 수술로 장기 부족 문제 해결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며 “우리는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있지만, 세계 최초로 이뤄진 이 수술이 앞으로 환자들에게 중요한 새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식용 장기 부족 해결할 대안될까?
미국 정부에 따르면 현재 약 11만 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고 있으며 매년 6000명 이상이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고 사망한다.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 이식하는 이종(異種)장기이식은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치명적인 급성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킬 문제가 있었다. 1980년대 캘리포니아대에서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아기에게 원숭이 심장을 이식했지만 면역거부반응으로 한 달도 안 돼 사망했다.


과학자들은 일찍부터 미니돼지를 이식용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했다. 장기 이식용 미니돼지는 다 자라도 일반 돼지의 3분의 1 크기다. 하지만 몸무게는 60㎏으로 사람과 비슷하다. 심장 크기도 사람 심장의 94% 정도이고 해부학 구조도 흡사하다. 최근 부분적으로 돼지 장기가 사람에게 이식되고 있다. 돼지 심장 판막은 사람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는 돼지 췌장세포를 이식받았으며, 돼지 피부도 화상 환자에게 임시로 이식된다.


메릴랜드대 의대의 무하마드 모히후딘 교수는 앞서 돼지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한 바 있다. 하지만 면역거부반응 때문에 사람에게는 적용하지 못했다. 미국의 재생의료기업인 리비비코어(Revivicor)는 메릴랜드대학병원에 급성 면역거부반응이 없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를 제공했다.


리비비코어는 돼지에 유전자 교정과 복제라는 두 가지 생명공학 기술을 적용했다. 먼저 돼지 유전자 10개를 교정했다. 면역거부반응을 유도하는 유전자 3개는 작동하지 못하게 했으며, 인체의 면역체계를 견딜 수 있도록 유전자 6개를 새로 넣었다. 또 이식한 심장이 더 자라지 못하도록 성장 유전자 1개도 기능을 차단했다. 이렇게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를 복제해 수를 늘렸다. 수술 과정에서 기존 면역억제제와 함께 키니스카 파마슈티컬이 개발한 면역억제 신약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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