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는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이 올해들어 급증하자 실손보험사들은 과잉진료 의료기관에 소송으로 맞대응
- 폭증하는 백내장 수술이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자정 활동에 나서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는 백내장 수술 보험금 지급이 올해들어 급증하자 실손보험사들은 과잉진료 의료기관에 소송으로 맞대응하기 시작했다. 실제 백내장 수술 청구 실손보험금은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면서 보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의료계 내부에서도 무분별한 백내장 수술 막기 위한 캠페인 등 자정 활동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 일부 안과 병ㆍ의원에서 브로커를 동원해 백내장 수술을 알선하거나, 허위청구 사례가 적발돼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들은 진료비 일부 환급을 조건으로 실손보험 가입환자를 유인하고, 비급여 항목인 시력 교정용 다초점 렌즈비용을 과도하게 책정해 실손보험금에 전가하는 등 방법으로 영리를 추구해 논란이 불거져 나온 것이다.
◆ 백내장 수술 지급 실손보험금, 지난해 1조 원 돌파
백내장 수술은 나이가 들면서 회백색으로 혼탁해진 안구 내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 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수술 자체가 간단하고 소요 시간도 20분 내외로 짧기 때문에 종합병원급이 아닌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쉽게 치료받을 수 있는 질환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일부 병·의원들이 백내장 환자가 아님에도 관련 수술을 행하는 데서 발생한다. 시력 교정 기능이 있는 백내장 다초점 렌즈 삽입술을 시행해 보험사에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한 목적에서다. 이처럼 실손보험금을 노린 백내장 수술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관련 실손보험 재정 누수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환자는 2015년 34만 6000명에서 2020년 70만 2621명 5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손해보험업계 입장에서는 지난 2016년 780억 원 수준이던 백내장 수술 지급 실손보험금이 지난해 1조 원을 넘겼다.
이처럼 백내장 수술이 무분별한 수술 시행에 따른 불필요한 실손보험금 누수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자, 손해보험사들은 대응에 나섰다.
KB손해보험은 백내장 수술 환자를 모으기 위해 과장ㆍ허위 광고를 낸 안과 병ㆍ의원 55곳을 불법 의료광고, 불법 환자유인 등의 혐의로 보건당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의료법 제56조에는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은 거짓이나 과장된 내용의 의료광고,다른 의료인과 진료 방법을 비교하는 광고, 비의료인의 의료행위 등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21년 9월에는 5개 손해보험사가 나서 브로커에 의한 환자유인ㆍ리베이트 제공 등의 불법행위가 있는 안과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으며 의료인이 아닌 이른바 코디네이터를 통해 진료 상담 및 검사 등을 진행한 후 백내장 수술을 유도한 안과 병원들을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실손보험사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것은 백내장 수술이 실손보험에 적용된 이후 불필요하게 늘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 금융당국, 실손보험 비급여 항목 지급기준 강화
이 같은 움직임에 금융당국도 발을 맞춰 백내장 관련 허위진료나 과잉진료에 대한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
최근 금융감독원은 오는 3월 말까지 실손보험 비급여 항목 지급기준 강화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보험업계와 꾸린 관련 태스크포스(TF)에서 비급여 항목 9개를 지정해 보험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기로 하는데 여기에 백내장 수술이 포함됐는데 백내장 수술은 진단에 필요한 세극 등 현미경 검사 결과의 보관ㆍ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의료계 내부에서도 자정활동
폭증하는 백내장 수술이 사회적 문제로 야기되자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자정 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대한안과의사회는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와 함께 전국 안과 병ㆍ의원 약 1500개소를 대상으로 백내장수술 관련 환자 소개ㆍ유인ㆍ알선 행위를 지양하는 계도 홍보 캠페인을 했다.
캠페인 주요 내용은 ‘백내장 수술 알고합시다!’라는 유의사항 안내로 안과의사회 계도 공문과 생ㆍ손보협회가 제작한 데스크용 유의안내 포스터를 배포한 것.
이 과정에서 안과의사회는 일부 부도덕한 병ㆍ의원으로부터 선량한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전국 안과 병ㆍ의원에 자정을 촉구하는 서한문을 발송하는 등 일부 안과 병ㆍ의원의 부당 행위를 뿌리 뽑기에 나섰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40대 노안환자들까지 백내장이 진행될 거라 실비로 렌즈삽입술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며 “일부 네트워크 안과병원에서 상담실장들이 이 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 같다. 의사 전체를 욕먹게 해서는 안 되기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 의사회 임원은 “백내장 수술은 무조건 초기에 진행하는 것보다 눈이 뿌옇게 보이거나 불편하게 증상이 나타날 때 수술해야 만족도가 높다”며 “무리하게 수술을 권하는 곳은 피하고 더욱 정확한 검사와 충분한 상담을 진행하는 곳 의료진 경험이 풍부한 곳에서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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