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 붕괴 위기…사라져가는 소아청소년과 의사

- 저출산 기조와 고질적 초저수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소청과 일차의료기관들은 2년여 동안 이어진 코로나 유행과 함께 벼랑 끝으로 내몰려
- 향후 1-2년 이내에 상급수련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는 붕괴 위기에 처할 것으로 우려

소아청소년과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이 해마다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응급실 소아 전담의 부족 문제 등 일선 의료 공백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소아청소년과의 진료 인프라 붕괴 사태를 직접 목도하기 전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의료수가 인상 및 재정 지원 등 필수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실제 저출산 기조와 고질적 초저수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소청과 일차의료기관들은 2년여 동안 이어진 코로나 유행과 함께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으로 드러났다.


◆ 위기의 소청과...기피 현상 심각

소아청소년과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률은 코로나19가 국내 유행하기 이전인 2019년 초부터 80% 수준에서 2020년 74%, 2021년도 모집에서는 38%로 급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22년 지원율은 27.5%까지 떨어졌다. 수년 내에 국내 소청과 전문의의 대가 끊어질지도 모르는 심각한 위기 상태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학회는 "심각한 저출산으로 인한 소아청소년 인구의 감소와 함께 고질적인 초저수가로 인해 소아청소년과 일차의료기관들은 대량 진료에 의존하여 명맥을 유지하던 중 코로나19 대유행의 시작과 함께 기존 진료량의 급감으로 개원가의 위기가 악화됐으며, 이와 함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의 지원률 급감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즉 전공의 급감으로 진료 체계 붕괴가 붕괴되고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지난 1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병원 실태조사 결과, 지속되는 전공의 미달과 인력 부족으로 인한 근무 여건의 악화 등의 영향으로 근무 중 수련포기 및 중도사직이 늘고 있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으며, 현재 전체 정원의 약 56%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인력만이 업무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 3월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과정이 3년제로 개편됐으나 올해 년도 신입 1년차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이 전혀 없는 병원이 전체 수련병원의 72%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1-2년 이내에 상급수련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는 붕괴 위기에 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 인력부족 문제 심각
일선 병원에서는 이러한 전공의 인력 미달로 인한 의료 공백을 교수들의 노력으로 메우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지난 1월 기준 전국 수련병원 중 62%에서 교수들이 직접 야간 당직을 시작했다. 2주에 한 번 이상 당직을 서는 곳이 50%, 매주 당직을 서는 곳도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 결과 소아응급실의 경우 전문 인력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상급수련병원 중 시간제한 없이 24시간 응급실을 정상 운영할 수 있는 곳은 38%에 불과하고, 10곳 중 6곳이 시간제한, 연령제한 등 비정상 진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수도권 밖 지방 의료기관의 인력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지방 상급의료기관 및 거점병원은 주간 외래 위주로 축소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의 중환자들이 서울 및 수도권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전문 진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은 전국을 떠돌게 되는 상황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인력 부족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주간환자 진료에 여파가 이어지는 것은 물론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소청과 진료 축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자취를 감추고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소아청소년 진료 체계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소청과 전담전문의 중심 시스템으로 전환이 시급

학회는 이 같은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전공의에 의존하는 진료체계에서 벗어나 소청과 전담전문의 중심의 시스템으로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에 나섰다.


최근 신생아중환자실 전담전문의 고용지원 시범사업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소아청소년 병동과 응급실 및 소아전용 중환자실의 전담전문의에 대한 정부의 지원 대책 계획은 현재까지는 없는 상황.


이에 학회는 “소아청소년과 응급실이 24시간 전문의 응급진료로 전환돼야 한다”며 “또한 신생아중환자실, 소아중환자실 및 중증소아청소년 환자의 입원진료는 신속하게 전담전문의 중심진료체계로 전환돼야 전공의 지원율의 등락과 관계없이 소청과 진료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소아청소년과의 인력 위기 타계를 위한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전담전문의 충원을 위한 직접적인 고용 재정 지원 ▲전문의 중심진료를 위한 진료 보조인력 고용 지원 ▲입원진료비 수가 중증도 가산 정책 ▲소아청소년 진료수가 정상화 추진 ▲소아청소년 건강정책 수립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참여 확대 ▲소아청소년 담당부서 설립 ▲필수의료 기본 가산지원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상급의료기관의 진료기능이 마비돼 가고 있는 절박한 상황에서 회원들을 독려하며 소아청소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보루인 진료인프라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텨내고 있으나 학회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의 노력만으로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은 분명하다"며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제시해 줌으로서 현 문제를 해결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죽어가는 소아청소년과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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